지난 2020년 7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패와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0년 7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패와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부하직원을 성희롱했다고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16일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권고 결정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텔레그램 복구 결과와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 등을 토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각 행위는 성적 언동에 해당하며, 성적 굴욕감을 주는 정도까지 이르러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등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대화를 끝내기 위한 수동적 표현이자 밉보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말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해석했다. 상사를 보좌하는 비서 입장에서 업무상 불이익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으며, 거부 의사 등을 표시하기 어려운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이 작용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법원은 강씨 측이 박 전 시장을 존경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거나 사진 촬영을 즐거워한 것 등을 근거로 성희롱이 아니라 주장한 것에서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강씨 측 주장에 의하면 성희롱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은 즉시 어두워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인권위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 A씨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텔레그램을 통해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을 전송하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를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A씨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더불어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부인 강씨는 같은 해 4월 인권위가 피해자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씨는 인권위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강씨 측 대리인은 선고 직후 취재진들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유가족 측이 상당히 많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씨 측은 항소 여부를 포함해 반박할 내용을 상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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