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신년 특별사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7일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신년 특별사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포함한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 1373명을 발표한 가운데,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독단적이라는 등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는 28일 신년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1373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면은 윤 정부 출범 이후 8·15광복절 특사에 이어 두 번째다.

정부는 “광복절 사면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정치인·주요 공직자를 엄선해 사면해 국가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한다”며 “새 정부가 출범한 첫해를 마무리하며 대한민국의 저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사 명단에는 지난 8월 이뤄진 광복절 특사에서 제외된 정치인 출신 공직자가 대거 포함됐다.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죄 확정뒤 2년 2개월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또한 그가 미납한 벌금 82억원도 면제받는다. 정부는 이 전 대통령 사면 취지에 대해 “범국민적 통합을 위한 계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조작한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5개월의 잔여 형기를 남기고 특별사면됐다. 

다만 김 전 지사는 복권은 되지 않아 오는 2027년 12월까지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김 전 지사의 범행이 대선 과정에 이뤄진 대규모 여론조작 사건이었으며, 당시 그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해 복권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출소한 김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창원교도소 앞에서 취재진들에게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다”며 “이번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는데, 통합은 이 같은 일방통행,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 출신 주요 인사들도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정부 인사로는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했다는 일명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비서관들과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불법사찰 의혹에 연루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사면 및 복권 조치됐다. 

더불어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최근 유죄 판결을 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도 형 선고 실효 및 복권 처리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일명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 관여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사면 대상자가 됐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책임이 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 중에선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을 이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형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감형 조치를 받았으며, 추가로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잔형 면제 및 복권),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복권) 등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현 정부 인사 중에서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형선고가 실효됐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비 이번 사면 명단에는 기업 총수 등의 경제인들이 제외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사면 당시 경제인 위주의 사면이 이뤄졌으나, 이번 사면의 추구하는 가치가 국민 통합에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임신 중인 수형자 1명, 생계형 절도사범 4명, 중증 환자 3명 등 특별배려 수형자 8명 등도 사면 조치를 받았다.

이번 특별사면에 대해 국민의힘은 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사면에 정치가 있을 수 없다”며 “통합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구태 정치 시각으로 보는 민주당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동시 사면하면서도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형 면제 조치를 내린 정부에 대해 비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저녁 전남 무안군에서 열린 ‘경청투어 국민보고회’에서 “이 전 대통령은 왜 갑자기 나오는 것이냐. 균형이 안 맞지 않느냐”며 “권력을 고스톱판에서 딴 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권한 행사를 하려면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도 이번 사면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면은 국민이 대통령에 위임한 사면권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 것”이라며 “정부는 민주질서를 훼손한 범죄자를 사면해 법치주의를 파괴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도 이명박, 국정농단세력의 전격 사면은 대통령 사면권의 남용이자 법치 훼손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민변은 “이 전 대통령은 권한을 악용해 자기 잇속을 챙긴 파렴치 행위를 했으며 공무원의 중범죄 중에서도 중범죄다”며 “윤 대통령의 공사 구분 없는 독단이 이번 사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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