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vs 안철수 양강구도에 천하람 돌풍
84만명 당원, 조직표 효험 없어… 투표율 관건

(왼쪽부터)황교안, 천하람, 안철수,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왼쪽부터)황교안, 천하람, 안철수,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천하람 후보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천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전당대회를 흔들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84만명의 투표인단 때문이다. 보수 정당에서 역대 최대급의 투표인단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과연 어떤 후보를 어떤 식으로 전략투표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하람 출마로 판세 출렁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 두 사람의 대결 윤곽이 보였을 때만 해도 국민의힘 전대에 큰 흥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지원 사격을 해주고 있는 김 후보를 안 후보가 과연 단독으로 제치고 나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천하람 후보가 전대 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천 후보의 돌풍은 ‘동원되지 않은 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후보와 안 후보는 당 대표를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나름 조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천 후보는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었는데 갑작스럽게 출마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 조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천하람 돌풍 어디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서 천 후보를 주목하고 있다. 비록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천 후보의 돌풍은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국민의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84만 선거인단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년 사이 당원 수가 급증했고, 그에 따라 선거인단 숫자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2021년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되는 그때 전당대회 선거인단이 책임당원 28만명을 포함해 33만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책임당원 78만명을 비롯해 84만명이다. 50만명이나 늘어났다.

당시 대구·경북은 9만2000명, 부산·경남 등은 7만6000명으로 영남권 유권자들이 절반을 넘겼지만 이번에는 영남권이 39.67%로 수도권 37.7%로 비슷하게 됐다.

선거인단이 일단 84만명이 됐다는 것은 당협위원장들의 입김이 더 이상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조직표가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후보들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 후보.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후보들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 후보. [사진제공=뉴시스]

조직표 소용 없고

그동안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는 ‘조직표’였다. 누가 조직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당락이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번 전당대회서부터 다소 경향이 다르기 시작했다.

지난 전대에서는 조직력으로는 나경원 전 의원이 승리를 했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 뒤집어져서 결국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원 100% 투표로 바뀌면서 조직표를 갖고 있는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선거인단 숫자가 거의 100만을 육박하면서 그에 따라 조직표는 더 이상 효험이 없게 됐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이번 전대에서는 더 이상 ‘오더’가 소용이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영남이 엇비슷해졌다는 것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이 어느 특정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하는 그런 지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영남의 경우에는 영남 출신이니 지지한다는 식의 전략적 투표를 한다면 수도권은 그 후보의 출신은 별로 중요한 잣대가 아니다. 또한 위에서 오더가 떨어졌다고 해서 투표를 하는 것은 아니다.

2030세대는

아울러 2030대 당원들도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오더’는 더욱 약발을 받지 않는다. MZ세대가 자기 개성이 강한 세대이기 때문에 오더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최근 중앙의 정서와 지역의 정서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를들어 중앙에서는 A라는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지역에서는 B라는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최대 변수라고 할 수 있는 바로 ‘투표율’이다. 비록 84만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투표율이 현저하게 낮으면 결국 조직표가 승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도권 선거인단의 참여율이 저조한다면 선거는 해보나마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수도권 선거인단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몇 차례 더 남은 TV토론에서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2년 동안 가입한 당원들이 정치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투표율이 상당히 높게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표심이 어느 방향으로 갈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어대기(어차피 당 대표는 김기현)’이나 ‘어대안(어차피 당 대표는 안철수)’ 등의 신조어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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