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로 나가라...표결 결과 밝혀라”
“영장 재청구되면 부결 장담 못해”
“진보, 분열로 망해”...갈등격화 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되면서 당내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이 ‘압도적 부결’을 공언해왔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보다 찬성이 많은 ‘가결 같은 부결’이 나오면서 표결 만 하루도 안 돼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친명계는 28일 ‘반란표’를 찍은 비명계를 향해 즉각 “제 발로 나가라”며 적대감을 드러내는 등 전날 진행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제 발로 나가라”, “표결 결과를 당원에 밝히라”는 등의 격한 표현을 동원하며 당내 갈등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전날 진행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11표, 무효 9표로 부결됐다. 민주당과 기본소득당, 일부 무소속 의원 등 범야권 총 투표수가 175표였음에도 반대가 138표나 됐고 기권이나 무효도 20표나 나왔다.

반대표와 기권·무효표를 빼더라도 최소 17표는 찬성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당과 민주당 계열 무소속 의원들은 예상 밖 결과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임시회) 제401-1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대화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임시회) 제401-1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대화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벌써부터 “이 대표, 거취 결정해야 할 것”

최강욱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에 대해 “정말 황당하다”며 “검찰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할 경우 부결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검찰이 ‘쪼개기 영장청구’를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데, 어제 결과만 놓고 보면 체포동의안 부결을 장담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어제 결과만 놓고 보면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고 보는 게 맞겠다”고 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사 독재정권의 무도한 ‘범죄만들기’는 실패했다. 주권자의 뜻대로 이뤄졌다”면서도 “저 아래 사진의 흘려 쓴 ‘부’자가 원래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 의도적인 무효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의원은 제 발로 걸어 나가 집으로 향하는 게 어떨까”라고 썼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 신병에 대한 표결이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무기명 비밀투표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현 부원장은 “당원들에게 어떤 표결을 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본인이 밝히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평소 당 대표에 대한 입장을 보면 된다. 표결 이후의 언행은 분명한 징표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탈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도 나왔다.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당내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일원인 김용민 의원은 표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체포동의안 부결”이라고 전하면서도 “그러나 이탈표가 상당해 여러 고민이 드는 결과”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을 이겼으면 자기가 가장 공이 크다고 하고 다녔을 사람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무엇이 정의로운지는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정치적 야욕에 눈이 먼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들이 틀렸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처럼회 일원인 문정복 의원은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는 글을 올렸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의원들 반응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며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억울하다 할지라도 자신의 문제 때문에 당에 ‘방패’ 등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는 만큼 당대표로서의 책임도 있는 건 틀림없지 않겠느냐”며 “그것에 대한 부분을 당대표로서 어떻게 해야 되느냐. 권노갑 고문께서 선당후사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 그런 말씀에 담겨 있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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