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운전자 보호3법’ 대표발의
사고기록장치 의무화·심의기구 설치 등

박용진 의원. ©투데이신문
박용진 의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그동안 운전자(피해자)가 입증해야만했던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 규명을 앞으로는 해당 차량을 제작한 제조사(자동차 회사)가 직접 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구을)은 5일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이 운전자 잘못인지, 기계적 결함인지를 해당 차량 제조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피해자(운전자)가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하도록 돼 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 제3조 2항(결함 등의 추정)에 따르면, 피해자가 ‘제조물을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등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입증 책임 주체가 사실상 운전자(피해자)에서 자동차 제조사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제조물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예기치 못한 사고도 늘고 있다”며 “이런 제조물 사고 시, 원인규명이 어려운 탓에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또 ‘항공기 블랙박스’ 역할과 유사한 사고기록장치(EDR)를 자동차 제조 단계에서 의무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소비자원에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한 심의기구도 설치하도록 했다.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는 최근 6년간 200건 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조물 결함’으로 인정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여전히 이에 대한 원인규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밝혀진 ‘급발진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5년간 접수된 급발진 신고 건수는 모두 201건으로, 연 평균 40여건에 달한다.

작년 12월엔 강원도 강릉에서 SUV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해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할머니가 형사입건 되고 12살 손자가 숨지기도 했다.

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급발진 의심 사고 입증 책임을 제조업체가 지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냈다. 이 청원은 닷새 만에 5만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박 의원은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볼 수 있듯, 사고발생 시 소비자는 온 힘을 다해 원인을 찾고자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오랜 시간 요구됐던 제조업자의 입증 책임을 강화해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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