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 석방에 유족, 거센 항의
출근 저지 투쟁도…청사서 직원 및 경찰과 충돌
두 달간 계류 중인 특별법…국회 농성으로 압박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보석 석방 이후 첫 출근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보석 석방 이후 첫 출근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 전날부터는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하며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이하 대책의)는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정문 앞에 집결해 박 구청장의 출근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전 8시 15분이 지났음에도 박 구청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들은 9층에 위치한 구청장실로 향해 출근 저지 투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과의 만남을 요구하며 문을 두드리거나 손잡이를 잡아당겼고, 이를 구청 직원들이 제지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현장 분위기가 점차 격양되자, 인근 이태원파출소 소속 경찰관이 구청으로 출동해 몸싸움을 제지했다. 

약 30분간 구청장실 앞에서 대치하던 유가족들은 오전 9시경 구청 정문으로 이동한 뒤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내내 “박 구청장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 “159명 목숨 앞에 사죄하고 당장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박 구청장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해 이미 청사 내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구청장실 앞에서 보석 석방 이후 첫 출근한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를 하며 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구청장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구청장실 앞에서 보석 석방 이후 첫 출근한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를 하며 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구청장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관련자’들 줄줄이 석방

앞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보석으로 석방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각각 구속 기소된 박 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두 사람에게 서약서 제출,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 등 조건을 걸었다. 박 구청장의 보증금은 보석보증보험증권 3000만원, 현금 2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이다.

박 구청장의 보석 석방 당일에는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유족들이 찾아와 거세게 반발했다. 

박 구청장이 구치소에서 나오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 10여명은 강하게 성토했고 일부 유가족은 계란을 던지며 격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구청장은 경찰과 유가족, 취재진 등으로 둘러싸인 인파를 헤치고 곧바로 차량으로 이동했다. ‘업무 복귀를 바로 하느냐’, ‘증인으로 출석할 구청 직원을 회유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죄송하다. 성실히 재판에 응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차에 탑승했다.

유가협 이정민 대표 권한대행은 박 구청장이 떠난 뒤 기자회견에서 “박 구청장의 행동과 언행에 사죄받고 싶어 왔지만, 다시 한번 우리를 우롱하고 구치소를 도망쳤다”며 “용산구청장으로의 복귀와 출근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나란히 구속된 박 구청장과 최 전 과장은 5개월여 만에 풀려나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회원과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국회를 향해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회원과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국회를 향해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별법 제정 촉구하는 농성도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가협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국회 앞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4월 참사 관련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민의힘 반대로 인해 소관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이날 유족뿐만이 아니라 대책의,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야 4당 대표, 관계자들도 참석해 특별볍 제정을 요청했다. 

이들은 “국회 행안위는 적어도 6월 중 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8일부터 국회를 향한 유가족과 시민들의 간절한 외침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발생 7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특별법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에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는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여전히 필요한 숙제이고, 앞으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국가의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제시된 것이 없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고 억울한 피해자에 합당한 권리보장이 가능하도록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부터 유가족들은 매일 오전 10시 29분에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국회까지 159km 릴레이 시민행진을 벌이며, 매일 오후 국회 앞 유가족 농성장에서는 추모촛불문화제와 연대 발언을 진행해 특별법 제정을 압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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