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상 도로 점용 허가 여부 부재
도로 집회 놓고 공무원·경찰 간 충돌
洪 “퀴어문화축제는 불법 도로 점거”
경찰, “적법 집회라 개최 보장해야”
7월1일 서울 퀴어축제 행진 許 주목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대구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 도로 점용 문제를 두고 주요 도로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는 대구시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경찰이 서로 충돌한 가운데, 홍준표 시장이 재차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퀴어축제 현장에서 대구시·중구 공무원 500여명과 대구경찰청 소속 등 경찰관 1500여명이 서로 몸싸움을 벌였다. 안전과 질서를 유지해야 할 지자체와 경찰이 집회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을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들의 충돌은 행사 당일 오전 9시 30분께 주최 측 무대 설치 차량이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이 길을 막는 공무원들을 밀어낸 뒤 집회 차량을 행사장으로 진입시키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공무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대구시 공무원들은 “도로 점거는 불법이다. 지금 경찰이 불법을 비호하는 것이냐”면서 “시민 기본권 가로막는 경찰은 각성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경찰은 “우리는 같은 공무원이다. 다치지 않도록 이동해 달라”며 “사전 신고대로 집회가 개최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당국과 경찰이 충돌한 것과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공무원 충돌까지 오게 한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홍 시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퀴어축제를 막은 것이 아니라 공공도로를 불법점거 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면서 “인도나 광장에서 집회를 하면 누가 상관하냐”고 후술했다.

또 “적법한 공무집행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이번 퀴어축제 갈등은 홍 시장과 경찰 사이 ‘도로 사용 적법성’ 여부를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을 하면서 빚어졌다.

헌법 2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는 법률(집시법)을 근거로 신고만 하면 집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집회를 위한 무대 등 장비를 도로에 설치하려면 ‘도로 점용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법원에서는 그간의 판결을 통해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의 경우 도로에 무대 등을 설치할 때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 홍 시장은 “법원에서 ‘집회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 불법 도로 점검까지 하라고 하지 않았다”면서 “집회로 인해 도로를 불법적으로 점령하는 판결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협의회)은 즉각 성명서를 내 “적법한 집회를 할 경우 도로사용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면서 “대구시의 논리는 부적합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다음 달 1일에는 서울 을지로에서도 퀴어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퀴어축제는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행사여서 도로 점용 허가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축제가 시민의 통행권을 침해하는지, 안전문제는 없는지 상황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