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무회의 심의·의결...재가
野 “도전...재벌 민원처리” 비판
“사면권은 봉건주의 시혜 아냐”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투데이신문 자료사진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투데이신문 자료사진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포함한 2176명 규모의 ‘광복절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 야권은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정면 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광복절 특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광복절 특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이며, 특사로는 세 번째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특사 명단을 심의·의결했다. 법무부는 이보다 앞선 지난 9일 특사 대상을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선정했다. 이번 사면은 15일 0시를 기해 발효된다.

이번 특사엔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가 주를 이룬 가운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무마 의혹으로 직을 상실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포함됐다.

이번 특사 대상으로 거론됐던 박근혜 정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 조정 수석,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인사들은 제외됐다.

한 총리는 “이번 사면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과 우리 사회 약자들의 재기를 도모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며 “국민 모두 힘을 모아 우리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윤 대통령 사면 조치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정면 도전’, ‘재벌 민원 처리 사면’이라고 주장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법치를 외치는 대통령이 이렇게 대법원을 부정해도 되냐”면서 “사면권 남용인 동시에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렇게 사법부를 무시했던 대통령은 없다”며 “자신이 곧 법이라는 착각 속에 사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통령의 법 파괴에 분노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봉건군주의 시혜가 아니다”라며 “명백한 사면권 남용 현장이 된 광복절 특사를 보며 국민은 탄식을 금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한다”며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제라지만 그래서 무엇도 할 수 있다는 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랑 대변인은 “이번 사면으로 본인의 귀책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본인이 다시 나올 수 있는 대명천지에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대놓고 사면을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다니,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하나 같이 죄질이 더러운 재벌 총수들”이라며 “사면에 포함된 재벌 총수들은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간주하고 불법적인 사익 추구 수단으로 이용해 왔으며, 심지어 직원에 대한 갑질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보궐 선거는 시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는 만큼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무공천하는 것이 책임 정치”라며 “김 전 구청장의 출마는 강서 주민을 배반하는 무책임의 극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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