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480곳 중 13% 위반 확인
일부 사업장 면제시간 2.9배 초과도
노동계 “노조 활동 통제 목적” 반발

지난 8월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8월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노동조합 전임자의 노조 활동에도 임금을 주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위반한 사업장 63곳을 적발했다고 밝힌 가운데, 노동계는 정부가 정당한 활동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4일 10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근로시간면제제도(이하 근면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480개소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타임오프란 노조 전임자가 근무 시간 중 진행한 노조 활동에 대해 근무 시간으로 인정한 뒤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를 통해 사용자들은 조합원 수를 반영해 노조 활동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단, 노조의 규모에 비례해 총시간과 인원의 한도를 규정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근로시간 면제자는 총 3834명이며, 연간 면제시간은 총 450여만 시간으로 집계됐다.

풀타임 면제자의 월평균 급여 총액은 112여억원(1인당 평균 6376원, 최고 1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법상 한 사업장의 최대한도는 인원 48명, 시간 4만6800시간 이내 노사가 법령에 위반해 운영하는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현행법상 근면제도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된 사업장이 63개소(13.1%)로, 이들 중 허용되는 면제 시간을 약 2.9배 초과해 6만3948시간을 운영하는 사업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급 노조 전임자임에도 사측이 일부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조 사무실 직원의 급여를 지원한 사업장도 9개소로 파악됐다. 

위법 소지가 있어 세부 점검이 필요한 사례로는 △면제자에게만 전임자 수당·업무수행수당 등 명목으로 특별수당을 지급한 사업장 37개소(7.7%) △면제자에게 면제 시간 차감 없이 별도의 유급조합 활동을 인정한 사업장’이 80개소(16.7%)다. 

이에 노동부는 이달부터 공공부문을 비롯한 법 위반 의심 사업장 등 약 200개소를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규모와 업종을 고려한 상시 점검 및 감독 체계를 구축해 산업현장의 불법과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한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해 근면제도를 인정하는 등 행위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라며 “근로감독 등을 통해 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노사법치를 확립하고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처리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처리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동계는 당초 실태조사 목적이 노조 활동을 통제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며 반발에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 발표 결과는 노동조합 불법 부풀리기, 근면제도 관련 행정해석 후퇴,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은 노조에도 불법 논란 만들기, 현행 노조법상 허용되는 운영비지원도 색안경 끼고 보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작성한 실태조사 설문지는 근면제도 고시 한도에 추가하거나 가산해야 할 사항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또한 복수노조의 세부 현황,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결정짓는 사업장 판단 기준에 관한 사항도 묻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도 모자라 편향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시적인 근로감독에 나서겠다니, 그 방향이 노조 활동 통제에 맞춰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자, 노동부는 곧바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실태조사의 목적이 법에 규정된 노동조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노동부는 “이번 실태조사는 사업장의 지역분포에 따른 근로시간면제 한도 가중치가 반영된 결과이며, 사업장의 판단기준 등은 실태조사 전에 상세히 안내한 뒤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에 대한 운영비원조는 노조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 위법하다”며 “결과 발표 시, 행사비용 지원 등 운영비원조 부분은 위법 소지 등의 판단 없이 법령상의 판단기준만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면제자의 경우에 대해서는 “법령에 근거가 있거나 사용 용도가 명시적인 경우 별도의 유급조합 활동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고정적·주기적으로 과도한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시간에 대해 유급 처리한 경우 근로시간면제 관련 법령에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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