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춘 지음 | 306쪽 | 153 X224 | 학이시습 | 2만2800원

도서 〈최후의 대학〉 표지 [자료제공=학이시습]
도서 〈최후의 대학〉 표지 [자료제공=학이시습]

고인 물은 썩는다고 했던가? 13세기 들어 대학이 체계를 갖추고 안정화되자 대학의 여러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한 하위징아가 ‘중세의 가을’로 묘사한 14세기에 들어서면서 대학은 여러 특권을 지닌 기관으로 자리를 굳혀 갔고, 교수들은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를 갖춘 지배 계층으로 변모했으며, 학생들의 상당수는 학문·교육에 관심을 가진 ‘유랑하는 지식인’이라기보다는 관료, 법률가, 귀족 등 신·구 사회 엘리트 계층의 자녀들이었다. 유랑하는 지식인들의 학문·교육 공동체로 출발했던 대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도화되면서 사교와 신분 상승을 위한 유한 계층의 놀이터로 변질되었다. (45쪽)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좋은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은 순수학문을 추구해야 하는 공동체인가. 대학이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대학의 이념은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가. 대학에 최후를 고하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도서 〈최후의 대학〉이 출간됐다.

현재 기술과 산업의 변화, 인구절벽으로 인해 곧 대학이 최후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다중적이고 총체적인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00년의 역사 속에서 대학은 여러차례 위기를 맞이했고, 발빠르게 변모하면서 살아남았다. 도서 〈최후의 대학〉은 대학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조망해보고 입시생과 학무모들이 대학 선택에 앞서 대학의 본질을 이해하도록 한다.

교육부 차관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을 지낸 저자 김재춘 영남대 교수는 오늘날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지난 역사 속에서, 그 오래된 미래에서 찾는다. 대학이라는 제도가 처음 등장한 중세부터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이 패권을 쥔 현대까지, 대학의 모습과 대학을 둘러싼 힘의 역동이 어떠한 지 세밀하게 살핀다. 저자는 각 시대와 사회의 부름에 응답해 변화하며 성장한 대학의 모습을 통해 미래 대학에 대한 새로운 상상도 가능하게 한다. 

특히 그동안 교육자로서의 눈으로 대학의 역사를 짚어본 책은 없었던 만큼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해 그 의미를 더한다. 대학 구성원이자 대학과 대학 교육을 경험하고 연구한 이로서의 역사 해석과 진단은 기존 자료와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세계 대학 평가, 대학 구조조정, 대학 재정 지원 사업 등 현재 한국 대학의 현안에 있어 앞으로 더 나은 대학을 위해 힘써야 할 일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렇듯 이 책은 국내외 대학 역사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출판사 관계자는 “900년의 대학 역사를 돌아보며 각 시대에 어떤 대학이 있었는지, 대학을 향한 시대의 요청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대학 변화를 이끌었는지 살펴본다”며 “우리나라 대학의 지형과 경계선을 조감하면서, 이제 어떤 지형과 경계선 위의 대학을 만들어 갈 것인지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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