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2년까지 40여년 간 운영
수용자 전원 아동인권 침해 피해자
“사실상 도시빈민 사회 격리 목적”
진실화해위 “경기도정 책임이었다”

지난해 10월 2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희생자 매장 추정지 유해 발굴 현장. ⓒ투데이신문
지난해 10월 2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희생자 매장 추정지 유해 발굴 현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선감학원을 운영했던 경기도가 ‘도유재산 관리’에 중점을 두고 대규모 아동 인권유린을 방조했다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당시 경기도지사 A씨가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27일 경기도에 선감학원의 운영 책임을 물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행정안전부와 함께 신속한 유해 발굴과 진상규명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선감학원은 조선총독부가 지난 1942년 ‘태평양전쟁 전사’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일종의 ‘감화 시설’으로 1982년까지 운영됐다. 부랑아를 갱생·교육한다며 아동 및 청소년을 강제로 연행해 수용하고, 강제노역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원생들은 폭력과 고문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 다수가 구타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으며 섬에서 탈출을 시도한 834명 중 상당수가 바다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은 아동인권 침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며 박모씨 등 신청인 63명 외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선감학원에서 40여년간 반복 자행된 인권침해가 사실상 경기도정의 책임이었다고 결론 지었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운영목적을 조사한 결과, 선감학원은 명목상 부랑아 수용보호 및 직업보도를 위해 설립됐지만 실제 선감도 도유지 등 도유재산 관리를 위해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희생자 매장지에서 피해자들이 유해 발굴 현장 언론공개설명회를 지켜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희생자 매장지에서 피해자들이 유해 발굴 현장 언론공개설명회를 지켜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단체는 진실규명 결정서를 통해 “선감학원의 인력 구성 또한 효율적인 선감도 도유재산 관리에 맞게 배치됐으며 선감학원에서 아동들에게 제공한 환경 또한 감금과 격리가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외 형제복지원, 삼청교육대 등의 집단수용시설 역시 요보호자들의 복지를 위해 시설이 개설됐으나 사실상 ‘도시빈민에 대한 사회적 격리의 목적’으로 운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경기도가 표면적으로는 복지정책을 펼쳤으나 그 내면에는 도시빈민에 대한 우생학적 논리를 적용해 집단수용이라는 방법으로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헌법으로 정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말소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도유재산 관리 목적으로 아동수용시설을 운영한 결과, 피수용아동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이런 이유로 탈출, 질병, 부상 등으로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으나 사망자에 대한 후속조치는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 매장지 중 분묘 58호의 모습. 묘광길이는 128cm. ⓒ투데이신문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 매장지 중 분묘 58호의 모습. 묘광길이는 128cm. ⓒ투데이신문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운영 과정에서 사망한 원생을 암매장해 사망사건을 은폐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단체는 지난해 9월 진행한 선감학원 아동 암매장 추정지 선감동 산37-1에 대한 2차 유해발굴(시굴)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다.

발굴 결과, 발굴한 묘광의 크기는 85~205cm, 너비 27~100cm로 다양하고 구덩이의 모양도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매장 형태는 발굴된 묘의 주인이 적절한 매장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암매장됐음을 의미한다.

경기도와 안산시에 확인한 결과 해당 주소지에 대한 매장 허가나 선감학원 아동사망보고 및 매장 관련 문서 등 공식적인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감학원 아동 수용을 보여주는 원아대장을 분석한 결과, 공식 자료에 남아있는 4689명의 퇴소 사유 가운데 탈출한 인원이 824명으로 17.8%에 달했다. 다만 선감도 주변 바다에서 상당수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에서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추가 사망자와 관련된 참고인 진술을 거쳐 사망자 대부분을 암매장해 경기도가 학원 운영 책임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선감학원 운영 당시 재직했던 경기도지사 A씨를 조사대상자로 선감학원 운영과 관련된 19개 문항을 서면질의했다.

A 전 지사는 모든 질의에 “기억이 없음”이라고 답했을 뿐 아니라 “‘선감학원’은 이름 자체도 생소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지난 1982년 9월 선감학원의 지리적 특성과 아동의 심리, 지능 등을 문제 삼아 선감학원을 폐쇄한 바 있다.

진실화해위는 “경기도가 선감학원 운영 상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유재산’ 관리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운영방침을 바꾸지 않고 지속적으로 선감학원 피수용아동들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 조사는 이번 진실규명 결정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선감학원 부실 운영에 대한 상부 보고서. 수신자가 경기도지사로 나와있다. [자료제공=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선감학원 부실 운영에 대한 상부 보고서. 수신자가 경기도지사로 나와있다. [자료제공=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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