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안에 수급개시연령 등 수치 포함 안돼
“알맹이 없어”…야권·시민사회서 비판 나와
국회로 넘어가…연금위 활동 내년 5월까지로
국민 10명 중 6명, 법정 정년 확대에 동의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의 구체적인 수치가 포함되지 않아 ‘맹탕’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가 더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연금 수급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2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연금법 제4조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세운 뒤 해당 연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과 함께 사회적 논의에 필요한 기초자료 25종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자료는 복지부 홈페이지의 정책 카테고리에도 공개됐다. 

공개자료는 △재정추계 기초자료 △재정추계 검증자료 △재정추계전문위원회 논의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 논의 △재정계산위원회 논의 △기초연금 적정성평가위원회 논의 △홍보·소통 실적자료 △종합운영계획 및 전문가 논의 △해외사례 연구 등이다.

앞서 지난 27일 정부는 노후소득보장 강화, 세대 형평과 국민 신뢰 제고, 재정안정화, 기금운용 개선, 다층노후소득보장 정립 등 5개 분야 총 15개 과제를 포함한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중 가장 큰 이목이 쏠렸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에 구체적인 수치가 포함하지 않고, 이를 이어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이며, 수급개시연령은 1969년생 이후 65세까지 상향하기로 돼 있다. 다만 정부는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세대별로 차등 적용해 가입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40~50대 장년층에게 더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하고 20~30대는 서서히 높이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기금수익률은 1%p 높여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정확한 수치가 빠진 연금개혁안을 두고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맹탕’ 개혁안이라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눈치보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개혁안은) 문재인 정부가 4개 안을 제시한 것만도 못한 것”이라며 “알맹이 없는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의 연금운영계획 발표로 자신들의 무책임과 무능함을 고백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해 “연금개혁은 뒷받침할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연금개혁과 다르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 없이 4개 대안을 제출해 갈등만 초래했다”며 “우리 정부는 이러한 전철을 반복하지 않고 제대로 된 연금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연금 개혁은 법률 개정으로 완성되는 만큼, 정부는 국회의 개혁방안 마련 과정과 공론화 추진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금개혁의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는 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 다음 공론화위원회를 조직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연금개혁은 향후 사회적 합의에 따라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이 소속된 정책연대체인 미래세대·일하는시민의 연금유니온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고 “이제 연금개혁의 공은 사회적 논의, 국회로 넘어왔다”며 “초고령사회를 맞아 노인의 소득보장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재정 지속가능성까지 도모해야 하는 무척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사옥.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사옥. [사진제공=뉴시스]

법정 정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연금개혁에 대해 여러 지적이 나온 가운데, 연금수급개시 연령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지난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 수급개시 나이와 일치시키는 법정 정년연장에 대해 62.8%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연령대 별로는 40대 71.9%, 50대 68.3%, 30대 63.5%, 60대 61.2%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20대(만 18~29세, 48.5%)를 제외하면 전 연령층에서 동의한다는 비율이 60% 이상으로 높게 집계됐으며, MZ세대로 분류되는 30대에서도 63%가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68.6%(2023년 이내 26.2%, 21대 국회 임기 내 42.4%)는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법률개정이 이뤄지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기 22대 국회에서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16.7%에 머물렀다.

정년연장이 시행 방식에 대해서는 기업규모나 공공·민간 구분 없는 전면 시행이 48.8%, 구분해서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비율이 42.3%로 전면 시행에 대한 응답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총은 “연금수급연령과 정년의 불일치를 해결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년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청원과 여론조사를 통해 명확해졌다”며 “환경노동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회부된 청원을 심사해 정년연장 관련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8월 한국노총은 정년이 연장되지 않으면 퇴직 후 최대 3∼5년간 소득 없이 지내야 한다며 법정 정년 연장을 위한 법률 개정 국민동의 청원을 실시했다. 이 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이후 한국노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 전체에게 정년연장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일치시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으며, 답변 결과를 오는 11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