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카드 너무 일찍 꺼내”
인, “조기해체 없다...결단 압박”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희생영령에게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희생영령에게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기구 출범 19일째를 맞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핵심 의원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의원들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위기를 맞는 모양새다.

급기야는 ‘인요한 혁신위가 불출마·험지출마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들었다’는 당 일각의 지적과 함께 속도조절론이 거론되면서 ‘혁신위가 조기에 해체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활동 기간(12월 24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혁신위 조기해산과 인적 쇄신 명단 공개 등을 거론하며 당 핵심 인사들의 2선 후퇴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와 중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에 대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 당사자들이 거부 반응을 보이자 혁신위 조기 해체, 인적 쇄신 명단 작성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혁신위 조기 해체 가능성을 두고 당 일각에선 ‘혁신위가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위 조기 해체는 없다”고 못박았다.

인 위원장은 이날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를 조기 해체하는 일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국회가 12월 초까지 할 일이 많다.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사람에게 ‘매’라를 표현을 써서 야단을 맞았다. 매는 여론이고, 여론은 국민이다. 국민은 또 투표로 이어진다”며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거듭 압박했다.

이는 전날 한 라디오에서 중진들을 겨냥해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라고 한 발언에 반응이 없자 이를 더 명확하게 설명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의 ‘내년 총선 불출마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 “처음 듣는다. 사실이 아니다. 무슨 리스트인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시간을 주면 100% 움직일 것이라 확신한다”며 당 중진들의 불출마·험지출마 압박을 반복했다.

그러나 혁신위가 인적 쇄신을 계속 강조하고 있음에도 당사자로 지목된 의원들은 여전히 거부 반응을 보이며 분명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지역구 현안 사업과 예산 확보 성과 등을 소개한 뒤 “저보고 서울에 가란다. 제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며 험지 출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앞서 대구 중진인 주호영 의원도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했고, 김기현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현재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와 가까운 한 의원은 “혁신위가 아까운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서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속도 조절이나 호흡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았는데 지금 불출마를 선언하면 앞으로의 의정 생활에도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는 만큼 개개인에게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인적 쇄신 카드를 총선 3개월 정도 전에 꺼냈어야 하는데 너무 일찍 꺼낸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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