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BS
사진제공 = KBS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KBS 공채 출신 코미디언이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건물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기기를 설치했다가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KBS 공채 코미디언 출신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수사 중입니다.

A씨의 범행은 지난달 29일 연구동 건물 화장실을 사용하려던 KBS 소속 PD가 불법촬영기기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에 수사에 착수하자 A씨는 지난 1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가 불법촬영기기를 설치한 곳은 개그콘서트 연습실 등이 입주한 연구동 건물이었습니다.

경찰은 A씨가 설치한 불법촬영기기 등에 대한 포렌식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A씨가 언제부터 범행을 저질러왔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법조계에서는 A씨가 자수하고 도주나 인멸 가능성이 낮은 만큼 구속수사가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포렌식 수사 결과 반복적으로 유사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발견된다면 구속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해 KBS는 지난 3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범인 검거 및 처벌과 함게 피해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고 시행하고 있다”고 설멍했습니다.

KBS는 사건이 알려진 후 본관과 신관, 별관, 연구동을 긴급 점검하고 불법촬영기기가 발견되는 등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은 여전히 여성을 동료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들의 강간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미투 운동으로 정치, 예술, 문단,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폭력, 성범죄가 만연해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수많은 성범죄 사건들이 보도되고 최근에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알려지면서 성범죄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들의 인식은 달라지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많은 불법촬영물 공유·거래 대화방이 파생돼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불법촬영물 공유는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소라넷, 웹하드 등을 거쳐 텔레그램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이뤄지고 있습니다.

성범죄자들은 여성을 사람이 아닌 물건, 수익을 위한 상품으로 여기며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인식은 최근 ‘n번방 방지법’ 통과된 이후 ‘야동을 소지만 하고 있어도 처벌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하는 남성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납니다.

이들에게 불법촬영물은 ‘야동’일 뿐이며, 피해자는 자신의 성욕해소의 수단일 뿐입니다.

남성집단 내 이 같은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거입니다.

최근에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에서 불법촬영을 소재로 한 내용이 담겨있다며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의 일상을 그린 ‘안녕 자두야’는 지난 4월 방송에서 남학생이 숲속에서 용변을 보는 여학생의 모습을 불법촬영한 뒤 이를 빌미로 심부름을 시키는 장면 등 디지털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방송돼 지난달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인 ‘권고’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방심위는 “과거 여러 차례 방송된 프로그램일지라도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해 디지털 성범죄를 모방·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전 심의를 진행하는 등 전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촬영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장난, 유머로 소비하는 이 같은 내용 역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날로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은 물론 남성들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남성 집단에서 공고히 자리 잡은 강간문화는 남성들의 각성 없이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남성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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