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실관계 소명됐지만...이 부회장 책임은 재판에서”
검찰 “향후 수사 만전”VS 변호인단 “기소 여부도 따져봐야”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법원이 구속까지는 필요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재판부의 입장에 구속영장 재청구는 물론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정 행위) 등 혐의로 청구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함께 청구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면서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기각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과 시세조정 등 불법행위에 이 부회장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는지가 이번 구속 영장 청구의 배경이다.
검찰은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판단과 이에 따른 고발로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리는 회계부정을 통해 제일모직에 유리한 삼성물산 합병 비율을 산정, 이 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이 지분이 없던 삼성물산을 지배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을 비롯해 ‘시세조종’을 포함한 10여개의 부정거래가 있었고 이 부회장이 여기에 지시 또는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관련 진술 증거와 물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의 결정으로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사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구속영장 기각 판단으로 이 부회장 측은 한 숨을 돌리게 됐다. 또 이 부회장 측 요청으로 추진되고 있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결과에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검찰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피의자의 기소·불기소 여부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와 이에 대한 기소 정당성을 검찰 밖에서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와 별개로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시민위원 15명은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넘길지 결정한다. 심의위의 결정은 강제력은 없지만 검찰의 기소 결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
이 부회장 측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로 해석하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수사 정점으로 지목했던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사장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건 검찰에겐 큰 부담이다. 추가 영장 청구에 대한 고민은 물론 수사 보완이라는 과제까지 않고 됐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재판부가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인정한 대목에 의미를 두며 수사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은 “법원의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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