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례적으로 미국에 대한 메시지 내놓아
대화 원하는 북한, 미국에게 내놓은 메시지는
대북 제재에 대한 고민에 빠진 바이든 행정부
1인 독재 국가에서 대북 제재는 효과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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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에 대해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이냐 채찍이냐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최근 북한의 목소리가 점차 강경해지면서 당근보다 채찍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측된다. 즉,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대북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서 북한이 태도를 바꿀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북한이라는 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1인 독재 국가이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백악관과 북한을 통해 확인되면서 과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떤 정책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싱가포르 회담이나 베트남 하노이 회담과 같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악수하는 그런 장면의 연출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이 자신들에게 여러 가지 경로로 접촉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신들에 대한 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싱가포르나 하노이와 같은 기회는 다시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언급 없이 침묵을 했다. 미국의 다른 행정부가 출범을 할 때 재빠르게 반응을 보였던 것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을 하면서 과연 북한의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이 미국을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 “잠 설칠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데 이어 최 제1부상은 싱가포르나 하노이와 같은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한 목소리를 냈다.

침묵했던 북한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가 갑작스럽게 강경한 입장을 보인 이유는 최근 한미연합훈련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강경한 발언이 나온 것이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된 지 8일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이 오히려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한꺼번에 방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대북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듣고 싶어 방한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이때에 강경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것으로 읽혀진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북조선 위협’, ‘완전한 비핵화’, ‘추가 제재와 외교’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심기가 상당히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북한에 대해 적대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북한은 판단한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곧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발표할 예정인 상황에서 주도권 다툼을 위해 북한으로서는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유화책을 도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한꺼번에 방한을 했을 때 우리 정부에 대해 비난을 하고 미국을 향해서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은 북한으로서는 우리 정부를 매개로 한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직접적인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북한이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강한 목소리가 오히려 대북 유화책을 버리고 대북 제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물밑 대화까지 제안을 했는데 북한이 이를 거절했다면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당근책을 제시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미국이 대북 접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돌아온 것은 북한의 강한 목소리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미국이 대북 접촉을 시도한다는 소식이 미국 전역에 퍼지게 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미국은 한미, 한미일 3자 협력을 통해 북한을 압박해서 대화의 장에 나오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잠 설칠 일거리 만들지 말라”는 북한의 목소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자존심을 긁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4월초 대북정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는 다소 빠른 흐름이다. 통상적으로 행정부가 출범하고 6개월은 지나야 대북 정책이 발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흐름이다. 이는 북한이 협상보다 도발 의지를 버리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대북 유화책보다는 채찍을 통해 압박하는 것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맹국과 함께 대북 압박 수위를 강화하게 되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아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즉흥적이면서 일방적으로 대북 정책이 결정됐다는 점과 비교해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일단 실무진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 역시 대북 정책이 당근책보다는 채찍을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대북 문제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이 즉흥적이면서 일방적으로 북한에 대해 파격적인 행보 보다는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아오게 만든다는 것이 민주당의 기본적인 대북 정책이다. 실제로 블링컨 장관이 최근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추가 제재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기념촬영 중인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기념촬영 중인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국무장관·국방장관 동시 출격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동시에 방한을 한 것도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에게 대북 강화 방침을 알리고 긴밀한 협력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동시에 출격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 충분하다. 우리 정부로서도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대북 관계와 다르게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대북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 대북 관계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당히 많으면서 한반도 운전자론이 가능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다소 좁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임기가 이제 1년 조금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우리 정부를 제치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부부장이 “잠 설칠 일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나간 것도 미국 정부와 직접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 강화를 대북 정책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지만 과연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아올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북한은 다른 나라와 달리 1인 독재 국가라는 점이다. 사실 제재 강화는 미국이 자주 사용하는 외교정책이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서도 제재 강화를 내세웠다. 또한 이란의 경우에도 제재 강화를 내세우는 등 제재 강화는 미국의 주요한 외교적 수단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 제재 강화 수단이 다른 나라에서는 먹혀들어갔다. 하지만 북한에게는 제재 강화를 내세웠지만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 북한이 다른 나라와 달리 1인 독재 국가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제재 강화를 내세우면 해당 국가의 정부는 두려움에 떨기 충분하다. 제재 강화로 인해 민심이 이반되고, 그로 인해 정권교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제재 강화를 한다고 해서 민심이 이반되지 않는다. 이미 3대 세습 국가라는 점은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더욱 약화시키게 만들기 충분하다. 물론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정권교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이 더욱 미국을 향해 적개심을 불태우게 만들기 충분하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를 계기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북한 주민에게 심어주고, 그로 인해 민심 결집을 이뤄내려고 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으로서는 문을 꼭꼭 잠그고 자신들끼리의 왕국을 만들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다른 나라는 제재 강화가 되면 문을 잠그고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 수 없는 반면 북한은 그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당근책이 아닌 채찍을 들게 되면 오히려 더 강하게 나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을 더욱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대화로 나아가게하기 위해 선택한 정책이 제재 강화인데 그것이 오히려 북한을 더욱 문 닫게 하고,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북 제재 강화 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것인지 대북 유화책을 꺼내들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대미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미국 정부로서는 대북 제재 강화 정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버리고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 언제든지 도발 카드를 꺼낼 준비가 돼있다.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될 때 북한이 도발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도발 대신 대미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을 비쳐볼 때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지만 수가 틀려지게 된다면 언제든지 도발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도발의 시점은 미국이 대북 정책을 발표하고 나서이다. 북한으로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대북 정책이 강경 정책으로 될 경우 크게 실망한 북한으로서는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이 도발을 하게 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게 되면서 서로 치킨 게임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럼프 행정부 때에도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초반 강한 도발을 계속 이어져 오다가 결국 대화로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길들이기를 하기 위해서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살펴볼 때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대북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뉴시스

한반도 긴장은 당분간 지속

따라서 한반도는 당분간 긴장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나 북한이나 모두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 대화의 방식에 대한 차이가 있겠지만 대화를 원한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손은 잡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체재 안정 보장만 해준다면 대화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이 차이를 좁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북한의 경우 비핵화의 길로 나아갔는데 미국이 체제 안정 보장을 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이란 비핵화 과정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란이 비핵화 과정을 밟았지만 미국은 끝내 체제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이에 결국 이란이 미국과 갈등을 계속 벌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체제 안정 보장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보니 미국이나 북한이나 대화를 원하지만 대화의 테이블로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북한은 계속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는 계속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당분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고 할 것이고, 북한은 이런 한미일 공조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도발을 강행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한반도는 더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북한 그리고 우리 정부 역시 한반도가 계속 긴장상태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봄날은 찾아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그 봄날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문재인 정부에서 다음 정부로 교체되고 난 후에 일어날 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대북 문제는 이제 다음 정부의 숙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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