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Inc 이어 DB하이텍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
경연 “준법감수성 없는 부도덕한 결정” 비판

DB그룹 김준기 전 회장ⓒ뉴시스
DB그룹 김준기 전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성폭행 범죄 사건으로 유죄가 선고된 김준기 전 회장이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핵심 계열사 미등기 임원에 연이어 선임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일 DB그룹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일부로 DB하이텍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됐다. 지난 3월 정보기술(IT) 계열사이자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의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 된지 한 달 만이다.

이와 관련해 DB그룹 관계자는 “앞서 DB Inc. 임원 선임과 마찬가지로 창업자로서 그동안 경험 등을 살려 그룹 반도체 사업에 대한 자문과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시스템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DB하이텍은 DB Inc.와 함께 DB그룹 제조부문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다. 올해 1분기 매출 24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하는 등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연이은 임원 선임을 두고 준법의식 등 외부 시선을 무시한 무리한 경영 복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비서 강제추행과 가사도우미 성폭력 혐의로 고발돼 회장직을 사임하는 등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년 여간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머물다 지난 2019년 10월 귀국과 동시에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후 DB그룹은 김 전 회장의 아들 김남호 회장이 총수로써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러던 지난 3월 김 전 회장이 DB Inc.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당시도 DB그룹 측은 직접 경영이라기 보단 창업자로서 50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경륜을 바탕으로 자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김 전 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김 회장 경영 복귀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최소한의 준법감수성도 없는 부도덕한 결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김 전 회장이 지난 4일 상고를 취하해 사실상 본인의 범죄를 인정하면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김 전 회장의 성폭행 범죄가 유죄로 확정됐음에도 경영 행보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준법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DB그룹의 설명처럼 김 전 회장이 단순 자문 역할이 그칠지도 미지수다. 김 전 회장이 여전히 그룹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참여한 DB Inc.에 11.20% 지분을 보유, 아들인 김남호 회장(16.83%)에 이어 2대 주주다.

DB Inc.는 DB하이텍 지분 12.42%를 갖고 있으며, DB하이텍은 DB메탈 지분 27.28%를 보유하며 사실상 그룹 비금융 계열사의 지주사역할을 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DB하이텍에도 3.61%의 지분을 보유, DB Inc. 영향력까지 더하면 현재 김남호 회장 못지않은 지분 영향력을 그룹에 끼치고 있는 셈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임원 복귀는) 총수일가가 아니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범죄행위로 인해서 형이 선고된 사람이 경영에 복귀한다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회사에도 상당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복귀가 아니라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만 걸어놓은 것이라면 이 또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급여나 임원 혜택을 받는 셈”이라며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준법 시스템을 훼손하는 행위를 견제하고 방지할 내부통제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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