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 성적 거둔 문재인 대통령
기존과 완전히 다른 한미정상회담
대북 문제서 한미 경제 이슈로 전환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미국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과연 얼마나 만족스런 회담을 치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의 뚜껑을 막상 열어보니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거뒀다. 역대 이런 정상회담이 없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셔놓았던 한미 공조를 다시 살린 회담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공조가 깨졌다는 평가이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다시 회복했다는 것이 이번 회담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성적표를 거두고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국으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즉흥적인 것도 있었지만 한미동맹이 상당히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으면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한일 관계에서도 손을 놓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공조를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한미공조를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회복했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서 백신, 경제협력, 대북정책 공조에서 기대 이상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한미정상회담에서 주의 의제 60%가 대북 문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는 북한 도발을 억제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공조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을 넘어 새로운 한미동맹을 구축하는데 있다. 이런 이유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의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경제동맹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의의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서 대북 문제도 물론 다뤘지만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5G·반도체 등 신흥기술과 공급망 상호투자, 해외 원전사업 공동 참여, 여성학대 종식 및 성차별 해소 등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다뤘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백신 허브 공조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나라는 백신공조 강화 및 백신 허브를 구축하게 됐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서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합의를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군 55만 장병에 대한 백신 직접 지원을 악속했다. 민간분야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민간분야 진전도 있었다. 이는 백신 허브 구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당초 백신 스와프가 거론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것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으로서는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굳이 백신을 빌려주고 나중에 백신을 되돌려 받는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장병 55만명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미동맹을 지키는 것은 물론 백신 스와프를 대신했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담서 또 주목해야 할 점은 ‘경제동맹’이다. 한미 두 정상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들이 이에 발맞춰 44조원의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또한 5G·6G 기술이나 우주산업 등 첨단과학 분야에 있어서도 협력을 강화했고, 특히 원전 협력을 강화하면서 제3국 공동진출을 모색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이 자국에게 대규모 투자를 함으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지지율 상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쾌재를 부를 만한 이슈다. 우리 기업으로서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따라서 1석2조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우주산업 등 첨단과학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가 엄청난 성과라는 평가다. 42년 만에 우리는 미사일 주권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우주로켓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1979년 만들어졌는데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조건으로 평양까지만 타격할 수 있는 최대 사거리 180km, 탄두 중량 500kg 이하로 제한됐었다. 이후 4차례 개정을 통해 사거리 800km로 확장됐다. 하지만 여전히 미사일 개발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미 미사일 지침을 해제하면서 미사일 주권을 되찾았다. 이에 우리나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가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주로켓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정찰위성도 가질 수 있다. 즉, 우주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민간분야 우주개발은 제한이 없지만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지 않으면 사실상 민간분야 우주개발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 지침해제는 민간분야 우주개발에도 상당한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랠프 퍼킷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랠프 퍼킷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다양한 의제 다뤄

이처럼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단순히 북한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제적 이익공동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쿼드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중국과 우리나라의 외교적 관계에 대해 미국이 용인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다. 불과 얼마 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대중국 견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서는 대중국 견제에 대해 특별한 내용이 오가지는 않았다. 다만 대만해협을 기자회견서 꺼내들었지만 중국이 미일정상회담과 같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놓지 않는 등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던 한미정상회담이라는 평가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와 중국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쿼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수확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서는 중국이 주요 의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서 확인한 것은 바로 대북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조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한미공동성명에 명시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활동 공간을 넓히게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그동안 대북특별대표가 공석이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성 김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준 ‘깜짝 선물’이라는 평가다.

다만 한미정상회담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것에 대해 북핵 문제에 대한 정확한 조건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 충분하다. 일각에서는 결국 톱다운 방식 대신 보텀업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해정부와 같이 즉흥적인 방식의 대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그것을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실무진끼리 비핵화 협상을 한 후 바이든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사인만 하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협상가로 나서서 비핵화 협상을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했었다. 그런데 그 방식은 결국 즉흥적인 비핵화 프로세스만 남겼다는 평가다. 따라서 실무진끼리 비핵화 협상을 해서 실현 가능한 것들만 추려서 두 정상이 사인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북한을 앉히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났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만약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경우 그에 따른 비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임기 내에 만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부여한 것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판문점선언을 거론했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그만큼 대북 문제에 대해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을 만나서 대화를 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조 바이든 대통령 SNS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조 바이든 대통령 SNS>

북한의 반응은

아울러 북한의 반응이 문제다. 이런 대북 정책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적대적 시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미국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런 대북 정책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여전히 문을 닫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더욱이 공동성명에는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됐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나 미국으로서도 현재로서는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잘 관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당근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앞으로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의 특징 중 하나는 꼬여 있는 한일관계 해법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부품 수출규제로 인해 급속도로 냉각기가 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관계는 냉랭하다. 이를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은 미국 밖에 없다는 평가다. 왜냐하면 일본은 미국말이라면 상당히 순종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서 한일관계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는 다음 달 열리는 주요7개국 정상회의의 숙제가 되는 셈이다. 일본은 여전히 우리를 냉랭하게 대하고 있고, 우리 역시 일본에 대해 별다른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중재가 필요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손을 놓고 있겠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우리에게는 엄청난 수확을 안겨준 정상회담이라는 평가는 여전히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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