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품었던 북한, 대화 거부 명분 사라져
한미워킹그룹 종료 검토 중인 한국과 미국
워킹그룹 종료 원했던 북한 요구 응한 꼴
文대통령 임기·미중 갈등 등 北대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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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한국과 미국이 비핵화·남북협력 논의를 위해 마련한 실무협의체인 한미워킹그룹을 종료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워킹그룹을 남북대화 파탄의 원인으로 꼽으면서 불만을 터뜨려온 만큼 이번 종료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겠다는 우리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다만 이것이 과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실제로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6월 17일 김여정 당시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훌륭했던 북남합의가 한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며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 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 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라고 맹비난했다.

여기서 ‘한미 실무그룹’은 ‘한미워킹그룹’을 의미한다. 그만큼 북한은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비난을 계속 이어갔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한미워킹그룹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미워킹그룹 종료

그런데 외교부는 22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시 기존 한미워킹그룹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기존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지해왔던 한미워킹그룹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면서 종료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북한에게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킹그룹은 지난 2018년 11월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싱가포르 회담 직후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지원을 위해 논의를 하기 위해 만든 그룹이었다.

남북 협력사업 제재 면제를 협의하기 위해 마련된 협의체였지만 오히려 남북 교류협력을 막은 측면이 강했다.

우리 정부가 대북 교류를 하려고 하면 트럼프 행정부보다 한미워킹그룹의 재가를 받아야 할 정도였고, 일각에서는 ‘조선총독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교류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서 한미워킹그룹 무용론이 나왔고, 북한도 역시 비난을 가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해 계속 비난을 가한 이유도 한미워킹그룹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한미워킹그룹은 한반도 정세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은 실무협의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도 한미워킹그룹을 종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한미워킹그룹의 종료에 대해 반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과감하게 한미워킹그룹을 종료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 보여

이는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북미 대화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불과 얼마 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해야 한다고 북한 주민에 이야기를 할 정도로 북한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미워킹그룹을 종료시킴으로써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 정부 역시 워킹그룹이 종료되면서 남북 교류에 있어 좀 더 유연한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게 되면서 남북 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응답을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대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는 북한을 향해 대화를 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한이 대화의 창에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이 막상 대화에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 대화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오히려 내년 대선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보다 차기 정부에 대한 궁금증을 더 많이 품을 수밖에 없다.

중국 눈치 보는 북한

미국과의 대화 역시 북한으로서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중국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게 된다면 미국이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마저도 미국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면 중국은 그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미국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원조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않는다면 쉽게 나설 수 없는 문제다.

최소한 미중 갈등이 해소돼야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대화에 나설 경우 자칫하면 중국에 밉보이게 되면서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선뜻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나 우리 정부가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않는다면 대화에 나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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