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언니 지음│135*200mm│256쪽│1만6000원│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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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다미 기자】 책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생존자가 쓴 첫 단행본이다. 사회적 참사가 개인에게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어떻게 남기는지 보여주고, 더는 같은 고통을 겪는 이가 생기지 않기 위해선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이 숙제를 풀어야 할지 이야기한다. 개인의 불행을 딛고 타인을 위한 연대로 나아가는 이 책은 ‘한 사람의 불행’이라는 개인적인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8년 4월,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군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한다>는 1995년 6월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참사는 일개 공무원까지 철저하게 조사해 처벌받았음에도 자신은 그 불행이 가져다준 여파로 인해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통 속에서 살았다는 고백을 담은 글이다. 이 글은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세월호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렸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해당 글을 쓴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가 써 내린 ‘참사 이후 이야기’다. 저자는 사회적 참사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낱낱이 공개한다. 그날 우연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시작된 비극의 역사는, 우연히 살아남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저자 산만언니는 스무 살이 되던 해인 1995년 삼풍백화점에서 일당 3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참사 이후 밖에서는 멀쩡히 웃고 떠들고 잘 지냈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말못할 고통을 겪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고, 너무 아팠기 때문에 그 일을 잊고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세상은 생존자가 침묵하는 딱 그만큼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펜을 들었다.

딴지일보 포털 사이트에 연재했던 <저는 삼풍의 생존자입니다>를 도서화한 책은 인터넷 연재부터 단행본을 위한 개고, 추가 글 집필까지 3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 날의 기억, 습도, 온도, 사이렌 소리, 피비린내, 회색빛 먼지구름까지 전부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생각나 몇 번이나 도망가고 싶었고, 글을 쉽게 이어가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작가는 글을 포기하지 않고 써 내려가 결국엔 마침표를 찍었다.

고통스러워도 글을 계속 썼던 이유는 살아남은 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겪은 불행이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상처를 기록하고, 다른 참사를 겪은 유가족을 이해하며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데까지 나아간다. 아픈 상처를 덧나게 내버려 두지 않고 타인을 껴안는 그의 태도는 삶의 붕괴를 겪어낸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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