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망 부사관, 공군 측 부실 대응으로 사망
공군→국방부 사건 이관…부실 수사 의혹 여전
주요 피의자 대부분 불기소 권고, 진상 규명 난항
통신영장 기각…혐의자들 간 통신 내역 확보 불가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 최종 수사결과가 이번달 내로 밝혀질 가운데, 수사 과정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 논란이 잠잠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공군본부 법무실과 로펌 간 통화가 오간 정황이 확인돼 혐의자 간 통신내역을 확보하기 위한 통신영장 마저 무더기로 기각되면서 부실 수사 진상 규명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3월 공군 모 부대에서 회식 후 귀가하는 차량에서 여성 중사가 선임 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는 직속상관에게 위와 같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고 청원 휴가 및 부대 전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공군 측의 부실 대응으로 인해 청원 휴가를 마치고 타 부대로 옮긴 지 나흘 만인 5월 21일에 사망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추행이 이어졌으며 가해자 장모 중사는 운전석에서 운전하는 후임 부사관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마치 피해자가 술에 취한 것 마냥 행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피해자가 직접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직접 군사경찰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가 이를 누락한 것이 밝혀지며 공군 수사라인 성추행 사망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국방부 수사에도 불구…반복되는 부실수사 의혹
해당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국방부는 6월 1일부터 공군에서 사건을 이관 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수사 도중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상사는 2차 가해, 보복 협박, 면담 강요 등의 정황이 포착돼 지난 6월 구속기소 됐다.
A 상사는 피해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3월 2일 회식을 주선한 인물이자 피해자와 피해자 남편에게 사건을 무마할 것을 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그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받을 불이익을 언급하며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7월 25일 그는 수감시설 내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인근 민간병원에서 끝내 사망했다. 첫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피의자가 사망한 것이다.
게다가 7일 국방부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의 초동 수사 책임자들에 대해 6일 불기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공군 검찰 관련자들이 형사 처벌을 피하게 됐다. 군검찰이 수사심의위 의견을 수용한다면 부실 수사 책임은 아무에게도 지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성추행 가해자 1명과 사건 무마·은폐를 시도한 상관이 사망해 남은 1명을 제외하면 제대로 재판을 받는 이가 없는 가운데 허술한 수사 결과로 주요 피의자 대부분이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를 받아 일각에서는 진상 규명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수사 과정 중 사건 무마 은폐 시도,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하 20비) 및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15비) 에서 발생한 2차 가해, 20비 군사경찰대 및 군검찰의 의도적 부실 수사, 공군본부 법무실 및 공군 수뇌부의 부실 수사 연루,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피해자 사망 관련 허위 보고 등 관련 의혹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코앞인데, 통신영장 ‘무더기 기각’
이런 와중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 관련 부실 수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공군 수뇌부를 대상으로 한 통신영장이 군사법원에서 무더기 기각된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혐의자들의 통신 내역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군 수뇌부, 공군본부 법무실 등의 부실 수사 연루 여부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27일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관련 공군 수뇌부 대상 통신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돼 국방부가 군사법원을 동원해 특임군검사 수사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초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엄정 수사를 지시했고,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의혹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유가족과 국민의 지적에 따라 창군 이래 최초로 국방부 장관이 특임군검사 임명했으나 여전히 부실 수사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 피해 사건 관련 특임군검사의 수사 초기 단계에서 공군 수뇌부 3명, 가해자 로펌 측 관계자 2명 등 5명에 대해 통신영장을 청구했음에도 불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이 중 예비역 공군 준장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통신영장 청구 대상은 이성용 전 공군 참모총장, 정상화 전 공군참모차장(특임검사 활동 당시 현직), 이성복 공군 제20비행단장과 가해자 측 로펌 소속인 예비역 2명이다.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공군본부 법무실과 로펌 간 통화가 오간 정황이 확인돼 관련 혐의자들 간 통신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청구한 영장이 대다수 기각되면서 군 수뇌부, 공군본부 법무실 등의 부실 수사 연루 여부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센터는 “특임군검사를 임명해 독립적 수사가 보장된다던 선전과 달리 통신영장 청구를 무더기로 기각시켜 수사를 초기 단계부터 무력화시켰다”며 “국방부장관이 앞에서는 엄정 수사를 지시했으나, 뒤에서는 군사법원을 동원해 특임군검사의 수사를 방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수사 결과가 이번 달 내로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초동 수사 및 수사·지휘 관련 인사들의 경우 대부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아 부실 수사 의혹은 해소되지 못한 채 마무리될 전망이다.
최종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국방부가 사건을 이관 받은 지난 6월 1일 이후 4개월 만에 사건을 마무리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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