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서 화물차 적재물 추락으로 8세 사망
‘적재물 위반 교통사고’ 매년 늘어나는 추세
‘적재화물 이탈 방지 기준’ 구체적 지침 마련 X
국토부, “재발방지 위해 추후 법안 강화하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사진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최근 화물차의 적재물 추락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자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적재 불량 화물차 단속 강화 방침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월 화물차 운전자 A(61)씨는 보은군 탄부면 당진-영덕고속도로 영덕 방향 보은 수리터널 21km 지점에서 화물차에 싣고 가던 13t 철제코일을 떨어트렸다. 추락한 철제코일은 옆 차로에 멈춰 서 있던 카니발 승합차를 덮쳤고, 이로 인해 초등학생 B(8)양이 사망했으며 아이의 엄마는 중상을 입었다.

해당 사건은 국민청원에 ‘당진-영덕 고속도로 적재물 추락사고로 억울하게 가버린 저희 조카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2만6014명의 동의를 얻었다.

자신이 사망한 아이의 이모라고 주장하는 청원인은 “해당 사고로 인해 이제 8살이 된 아이가 사망했고, 아이의 어머니는 척추와 갈비뼈가 골절돼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며 “대수술을 앞둔 아이 어머니에게 차마 아이의 사망 소식을 알릴 수 없어 잘 치료받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라며 “오열하며 아이의 아버지를 지켜보며 믿어지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4일 충북 보은경찰서는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적재물 추락 방지의무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에게 적재물을 안전하게 고정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비일비재한 화물차 적재물 낙하 사고

화물차 적재함의 덮개를 씌우지 않거나, 제대로 결속하지 않은 적재물이 추락해 뒤따라가던 차들이 피해를 보는 사고가 계속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화물차가 ‘도로 위 흉기’라고 불리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17년부터 적재물 고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낙하사고를 유발할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거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적용토록 했다. 그러나 단순 적재 불량 차량 운행 시 벌점 15점, 범칙금 20만원을 부과하는 것에 그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적재물 위반 사건은 총 37만2440건으로 연평균 7만4488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어 적재물 위반사고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최근 5년간 총 78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낙하물에 따른 사고 건수는 연평균 41.2건이다. 반면 2014년부터 운영하는 고속도로 낙하물 신고 포상 건수는 2017년 이후 별다른 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적재물 낙하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치사율은 28.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의 2배에 달하는 수치며 사고가 날 때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을 확률이 일반 사고에 비해 훨씬 높다.

김 의원은 화물차 적재물 위반에 따른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며,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낙하물 사고는 교통사고 12대 중과실로 분류된다. 고속도로 적재물 위반에 따른 사고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낙하물에 따른 사고 발생의 경우 소송으로 책임소재를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 소관 기관이 화물차 크기, 화물의 종류, 무게별로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과적 차량에 대한 단속·처벌 조항을 강화하여 운전자가 안전 의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철제 코일 실은 화물차.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빈약한 ‘적재화물 이탈 방지 기준’ 개선 시급

이렇듯 화물차 적재물 낙하사고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철제코일에 대한 적재 기준은 빈약하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적힌 ‘적재화물 이탈 방지 기준에 따르면 코일에 관한 기준은 ‘코일의 미끄럼, 구름, 기울어짐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강철 구조물 또는 쐐기 등을 사용해 고정해야 한다’는 규정 뿐이다. 

코일의 무게와 재질에 따라 어떤 체인을 몇 개 이상 사용해야 하는지, 코일에 대한 받침대는 어떤 재질과 크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다. 즉, 코일을 고정하는 받침대와 체인은 화물차 운전자의 입맛에 따라 제각각인 것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9조, 제70조에 따르면 적재물 고정 기준을 어기면 운송 허가를 취소하거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지만, 정작 철제코일 고정에 대한 방법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아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적재물 관련 사고에 있어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닌 화물주와 탑재자 모두 책임을 지는 연대책임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박종건 전임교수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적재물을 강하게 고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가 빈약해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데, 현행 법을 강화한다기 보다는 안전하게 고정할 수 있도록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화물주, 적재물을 탑재해주는 곳, 운전자가 있는데 운전자에 대한 기준만 강화하다 보면 운전자가 운송비만 받고 삶을 영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화물주, 탑재자, 운전수 모두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연대책임 화 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자 개인의 책임일 경우는 운전자가 책임지는 게 맞지만, 사전에 안전하게 적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추후 이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추후 법안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현재 적재화물 이탈 방지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재화물 이탈 방지 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여러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추가적인 법안을 마련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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