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현장실습 고교생 작업 현장에서 사망
기존 현장실습 계획서와 다른 업무 투입
잇따라 발생하는 현장 실습생 사망 사고
사고 예방 위해 관련법 개선 등 대책 시급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현장실습생의 계속되는 죽음, 우리는 분노한다!' 여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산재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현장실습생의 계속되는 죽음, 우리는 분노한다!' 여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산재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현장실습 고교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8일 전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웅천동 요트 선착장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A군이 물에 빠져 숨졌다.

A군은 해양레저업체가 소유한 7t급 요트 바닥에 붙은 해조류 등을 제거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하지만 그의 ‘현장실습 계획서’에는 요트에 탑승한 관광객 안내 등의 업무를 배운다고 돼 있었다. 현장에서는 실습 계획과 무관한 일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A군은 사망에 이르게 된 셈이다. 

A군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일각에서는 현장실습 고교생에 대한 안전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과 더불어 안전 교육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지’로 내몰린 현장 실습생

사건을 수사 중인 해경에 따르면 당시 A군은 수면 위로 고개만 내민 채 잠수 장비를 점검하던 중 허리벨트를 풀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작업 후 바다 밖으로 나온 A군은 호흡 장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잠수를 위해 허리에 착용했던 ‘웨이트 벨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물속에 잠겼다. 이후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현장실습을 나간 지 열흘 만에 발생한 사고였다.

A군의 친구들과 주변 요트 업계 종사자들은 A군이 수영과 잠수를 잘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A군과 잠수 자격증을 취득하던 친구들은 A군이 물을 무서워해 잠수 자격증을 중도 포기했다고 전남 청소년노동인권센터에 진술했다. 

전남 청소년노동인권센터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교 친구들에 따르면 학교에서 잠수를 배우기는 했지만 A군은 물을 무서워했고 수영도 잘하지 못했다. 그런 친구가 잠수작업을 했다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실습생 사망과 관련해 현장점검을 하고 유가족들도 만나고 있다. 같이 학교 다니던 친구들은 A군이 물도 싫어하고 수영도 못했다고 한다. 잠수 자격증도 물을 무서워해서 포기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됐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잠수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당연히 2인 1조여야만 누군가 위급할 때 구조할 수 있지 않은가. 이는 실제 의무사항이다. 특히 선박 따개비 제거 작업은 전문 잠수사들, 경력이 오래된 전문 잠수사들이 2인 1조로 일하고, 수면 위에서는 작업을 봐주는 텐더라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 즉 3인 1조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자격증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작업은 베테랑들이 해야 하는 작업인데, A군에게 절대로 시킬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시켜서도 안 되는 일이다. 주변 요트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A군이 물이 싫어하는 걸 알고 있었던 상황이다. 이는 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다”라고 비판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요트업을 운영하는 B씨도 잠수 경력이 없는 A씨를 따개비 제거 작업에 투입 시킨 것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B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A군은 일도 열심히 하고 밝은 아이였다. 당시 오너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일에 투입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따개비 작업은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작업은 아무나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잠수 당시 잠수사가 착용했던 납 벨트(웨이트 벨트)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위에 대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위에서 장비를 받아주고 잠수사를 올려주는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오너 입장에서는 별일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A군을 혼자 투입한 거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당시 요트 업체 오너가 보트 면제 교육 관련 강사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고 전했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장실습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의 규정을 적용 받는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제24조에서는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을 준용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근로기준법 제65조다. 근로기준법 제65조는 18세 미만인 자를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에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한다. 유해·위험한 사업에는 잠수작업이 포함된다. 

즉, 만일 A군이 만 18세 미만이라면 그를 잠수 작업에 투입한 행위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한 것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설령 만 18세 이상이더라도 이제 막 18세가 된 A군은 잠수작업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상태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게 전국특성화고노조의 주장이다. 

전국특성화고 노동조합 현장 실습생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 <사진출처=전국틍성화고노동조합>
전국특성화고 노동조합 현장 실습생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 <사진출처=전국틍성화고노동조합>

반복되는 ‘현장 실습생’ 사망

전남도교육청은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학교 및 교육청 관계자를 파견해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유가족과 같은 반 학생들에 대한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경찰조사와 별개로 학교전담노무사를 통해 관할 노동관서에 해당 업체에 대한 근로감독 요청 및 실습 과정 전반에 걸친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등 사고 대책반을 꾸려 유가족 지원과 사고수습에 나섰다.

장석웅 교육감은 실습 고교생 사망사고 관련 현지 간담회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소중한 목숨이 희생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향후 실습생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군 뿐만 아니라 고교 현장 실습생의 사망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고(故) 홍수연양은 전주 LG유플러스 콜센터(LB휴넷)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던 중 잦은 야근과 영업실적 압박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수연양이 근무했던 부서는 ‘욕받이 부서’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 높은 부서였다.

같은 해 고 이민호군은 생수 제조업체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던 중 압착기와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목과 가슴이 끼어 사망했다. 앞서 민호군은 실습을 시작한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만에 총 세 차례의 사고를 겪었다. 마지막 세 번째 사고가 결국 민호군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출혈로 뇌사 판정 후 현재까지 투병 중인 김민재군, 2014년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사내 괴롭힘과 폭행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김동준군, 2016년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보수작업 중 사망한 김군, 같은 해 현장 실습생으로 성남 패밀리레스토랑에 실습을 나갔다가 5개월 만에 괴롭힘과 성희롱 등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던진 김동균군 등 현장 실습생의 죽음은 계속해서 반복돼 왔다.

이렇듯 반복되는 현장 실습생 사망에 전국특성화고노조는 관련법 개정과 노동 안전 교육 제도화를 통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특성화고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계속되는 현장 실습생의 죽음에 우리는 분노한다. 실습생의 죽음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여전히 현장 실습생을 죽음으로 내모는 시스템이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인의 죽음은 그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대책과 함께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은 “이번 사고의 과정과 원인, 책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기를 촉구하며 현재까지 확인한 문제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들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과와 더불어 전국 모든 현장 실습생에 대한 안전 점검 실시를 요구했다. 또 2022년 개정 국가 교육과정 총론에 노동 교육을 명시하고, 학교에서부터 노동 안전 교육을 제도화를 요청했다. 끝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 재해 처벌법 적용 및 관련법 재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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