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에 새로운 색을 입힌 ‘뉴트로’가 대세입니다. 소비자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기업들은 촌스러움을 훈장처럼 장식한 한정판 레트로 제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비단 물건 뿐 아니라 옛 세탁소나 공장 간판을 그대로 살린 카페 등 힙한 과거를 그려낸 공간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기록이 담긴 물건과 공간들은 추억을 다시 마주한 중년에게는 반가움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기자는 켜켜이 쌓인 시간을 들춰, 거창하지 않은 일상 속 ‘추억템’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1970년대 커피포리 제품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유년 시절, 항상 어엿한 어른을 꿈꾸던 제게 커피향기는 너무나 달콤하고 사랑스런 존재였습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아이에게 커피는 금지된 음료였기에, 그 맛이 정작 황홀한 향기만큼 달달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죠.

당시 어린이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커피는 목욕탕에서 시원하게 마시던 커피우유였습니다. 평범한 종이팩에 담긴 딸기와 초코우유와 달리 비닐 삼각팩에 담겨 연갈색 자태를 뽐내던 삼각형 커피우유.

바로 1974년 3월 태어나 47년간 소비자 곁을 지킨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의 ‘커피포리’입니다.

보통 흰 우유가 아닌 가공우유는 그 특성상 특정 연령층에게 인기가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 시들해진다는데요. 이 커피우유는 그야말로 오랜 시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지금껏 누적 22억개 판매를 돌파했고, 매년 약 3500만개씩 팔린다고 하니까요.  

커피포리의 인기요인 중 하나는 바로 독특한 포장형태일 겁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커피우유들이 많고, 서울우유에서도 일반적인 우유팩에 든 커피우유를 판매하지만 유독 커피포리에 특별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은 걸 보면요.

서울우유 커피포리 제품 ⓒ서울우유협동조합

사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종이팩 이전에는 우유가 유리병에 담겼다고 합니다. 수입된 1홉(180ml)들이 유리병에 담겼던 우유는 1960년대 초부터 국내 생산된 유리병 제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유통 중 파손이 쉽고 공병 회수가 어려워 생산비용이 늘어나는 고질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척과 소독 등 위생관리 및 유리병 무게로 인한 어려움 등 여러 문제점이 존재했습니다.

이로 인해 1972년 폴리에틸렌 재질의 ‘삼각포리’ 용기가 개발됐습니다. 이후 주로 학교 급식에 공급됐고 유리병 제품보다 저렴함을 무기로 다방과 제과점 등의 업소에서도 널리 판매됐죠.

2년 후에는 국내 최초의 커피맛 우유인 커피포리가 등장했습니다. 요즘이야 흔해 빠진 것이 커피지만, 당시로선 커피가 고급 문화에 속할 정도로 귀한 음료였죠. 그런 커피맛을 느낄 수 있는 커피우유는 당연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제게도 커피포리는 목욕 후 꼬박꼬박 마시던 달콤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빨대를 우유에 탁 잘 꽂으면 가위조차 필요 없었기에 감탄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후 시장에는 비슷한 디자인의 수많은 아류 커피우유들이 등장했지만 커피포리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왼쪽부터 스파오와 협업한 커피포리 패션상품, 온라인 전용 멸균 커피우유 ⓒ서울우유협동조합 

다만 서울우유는 시대 흐름에 맞춰 전통과 역사를 유지하면서도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12년에는 커피포리의 후속제품인 모카커피우유를 선보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커피포리를 온라인 전용 멸균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18년에는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와 협업해 커피포리 디자인을 접목한 패션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죠.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레트로(Retro) 인기를 타고 커피포리의 2020년도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0%가량 신장했습니다.

뉴트로는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트렌드를 말합니다. 늘 가까이 있던 익숙한 제품이 우리에겐 추억의 한 봉지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세대에겐 유니크한 매력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거창한 광고 없이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는 효자 상품 커피포리. 반세기를 함께해 온 커피포리가 앞으로도 변함없는 추억의 맛으로 오래도록 함께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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