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에 새로운 색을 입힌 ‘뉴트로’가 대세입니다. 소비자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기업들은 촌스러움을 훈장처럼 장식한 한정판 레트로 제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비단 물건 뿐 아니라 옛 세탁소나 공장 간판을 그대로 살린 카페 등 힙한 과거를 그려낸 공간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기록이 담긴 물건과 공간들은 추억을 다시 마주한 중년에게는 반가움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기자는 켜켜이 쌓인 시간을 들춰, 거창하지 않은 일상 속 ‘추억템’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왼쪽부터 1971년 최초 출시된 야쿠르트, 1980년대 및 1990년대 야쿠르트 ⓒhy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 유산균. 제 기억 속 첫 유산균 음료는 살구빛 조그맣고 귀여운 음료 ‘야쿠르트’입니다.

어린 시절 과자 한 봉지에 빨대 꽂힌 야쿠르트면 부러울 게 없었죠. 꽁꽁 얼린 야쿠르트 밑면을 따서 앞니로 조금씩 갉아먹기도 했습니다.

제게도 첫 음료로 달콤하게 각인된 야쿠르트는 바로 국내 소비자가 만난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라고 해요.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1971년 처음 소개한 야쿠르트는 “이 작은 한 병에 건강의 소중함을 담았습니다”라는 광고 멘트로 당시로선 이름조차 생소했던 ‘유산균 발효유’ 시장을 열었죠.

요즘에야 마트에 가보면 다양한 유산균 발효유들이 진열돼 있지만, 야쿠르트는 그 발효유의 할아버지 격이 되는 셈입니다. 보통 여러 개를 묶음으로 구매하느라 개별로 사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공식적인 개당 가격은 200원이라네요. 가격도 귀엽습니다.  

야쿠르트의 누계 판매량은 500억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는 국내 단일 브랜드 음료 중 가장 많이 팔린 수치이며, 국민 1인당 1000병 가까이 마신 셈입니다.

야쿠르트는 출시 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고 해요.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제품인 만큼 정부 어느 기관에서 담당해야 하는지와 법적 기준도 없어 애를 먹었죠. 

왼쪽부터 1980년대 야쿠르트 광고, 1988년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가 새겨진 야쿠르트 제품 ⓒhy

결국 농수산부에서 담당하게 됐지만 정부 검사기관에는 발효유의 유산균이 규격에 맞는지 검사하는 기술력이 부족해 유산균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해요. 결국 한국야쿠르트 직원이 직접 검사기관을 방문해 확인하고, 직접 균수를 확인하고 측정하는 기술을 전수할 정도로 당시 유가공 분야의 기술력은 낙후된 상태였습니다.

생산된 제품이 신선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과제였습니다. 당시 법적으로도 발효유는 섭씨 0도~10도로 냉장 보관해야 하며, 제품의 유통기한도 7일간이었기에 한국야쿠르트는 공장에 저온 창고 시설과 함께 운송차량도 보냉차량으로 갖췄습니다. 영업센터(현재의 지역지점)에서는 냉장고를 24시간 가동했고요.

야쿠르트가 신선한 제품으로 기억되는 데에는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 프레시 매니저의 영향도 큽니다. 어릴 적 손수레를 끌고 다니시던 그 시절 ‘야쿠르트 아줌마’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노래로도 남을 정도로 너무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재미있는 협업 상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hy는 최근 카카오메이커스와 손잡고 일명 ‘야쿠르트백’의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한 보냉백을 선보였습니다. 

현재는 발효유 시장에서 4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할 정도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hy지만, 초창기 유산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는 발효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이가 상한다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학술고문 제도를 마련했으며 1979년부터는 국제규모의 ‘유산균과 건강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왼쪽부터 레트로 야쿠르트 보냉백, 야쿠르트 제품 사진 ⓒhy

야쿠르트에 사용되는 균은 산이나 담즙에 사멸되지 않은 강한 균인 야쿠르트균(락토바실러스 카제이)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위액이나 담즙에 서서히 강하게 살아남은 것만을 골라내어 제품에 사용하는 배양을 하는데 기간은 총 13일이 걸린다고 하네요. 이후 산에 견디는 내산성을 강화하기 위한 7일간의 배양 과정을 통해 제품이 완성됩니다. 

국내 최초 발효유로서 올해 출시 50주년을 맞은 야쿠르트는 지난 7월 야쿠르트 라이트 제품에 함유된 프로바이오틱스 2종의 기능성을 인정받아 건강기능식품으로 거듭났습니다. 달달한 소용량 음료에서 건강을 위한 제품으로 한발 더 나아간 것이죠.

hy는 올해 자사 제품의 기능성을 연이어 인정 받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액상 프로바이오틱스 3종의 기능성을 인정 받아 출시한 데 이어 6월에는 국내 최초로 떠먹는 프로바이오틱스 건기식을 내놨죠. 

유산균을 병원균으로 오인하기 일쑤였던 1971년부터 소비자와 함께 해 온 야쿠르트 회사 hy. 손수레를 끄시며 동네를 누비시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이제 각종 생필품과 밀키트가 담긴 코코(전동카트)를 탄 프레시 매니저로 변모했습니다. 건강에 ‘진심’인 hy가 앞으로도 건강기능식품의 새 역사를 써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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