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MBK파트너스 피해사업장 증언대회 열려

MBK, 인수한 기업마다 파행적 경영
기업 인수 차입금 규모 제한 등 필요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앞에서 투기자본 MBK파트너스 피해사업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앞에서 투기자본 MBK파트너스 피해사업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사모펀드의 기업투기에 따른 파행적 경영으로 노동자와 중소상인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투기자본규제법을 제정해 무분별한 기업사냥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결성한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 이하 MBK) 앞에서 투기자본 MBK파트너스 피해사업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지난달 결성된 대책위에는 전국민중행동, 민주노총,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 경제민주화네트워크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MBK의 운영자산은 지난 4월 기준 총 3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지난해엔 8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대부분 기업을 매입·매각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기에 건전한 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홈플러스가 보유한 매장과 각종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매장 노동자와 입점업체 점주 등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 점주들의 반발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마트산업노조 주재현 홈플러스지부장은 “흑자매장, 알짜매장이 문을 닫고 1년차나 10년차나 똑같은 임금을 받는 현실에 2년째 투쟁 중이다”라며 “노동자가 땀흘려 성장시킨 홈플러스가 망하지 않을지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투기자본이 기업을 거둔 뒤 노동자들을 내몰지 못하도록 끊어내야 한다”고 대선후보들에게 촉구했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한상총련 배재흥 본부장은 “매장이 매각되면 입점상인들을 쫓겨나는 게 수순이다”라며 “가치를 높여야 매각되기에 중소상인들을 쥐어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 본부장은 “사모펀드의 기업약탈에 제동을 걸고 노동자들의 활동에 힘을 보태겠다”고 연대의 뜻을 표했다.

이날 증언대회엔 홈플러스 이외에도 MBK가 매입·매각한 기업의 노동자들이 나와 피해사례를 고발했다.

MBK는 2016년 두산공작기계를 매입해 지난 8월 한 자동차부품회사와 재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두산공작기계의 부채비율은 149%였으나 올해 이르러 269%까지 불어났다. MBK의 파행적인 경영이 드러나자 지난 3일엔 두산공작기계가 소재한 창원시(시장 허성무)가 사모펀드의 경영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정부여당에 전달했다.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앞에서 투기자본 MBK파트너스 피해사업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앞에서 투기자본 MBK파트너스 피해사업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사모펀드, 제조업서 횡포 부리면 안 돼”

두산공작기계 노동조합 오승진 위원장은 “MBK는 1조 1308억원에 매입한 뒤 5년동안 배당금으로 5367억원을 챙겼다. 자본재조정으로 투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뺐다”면서 “그동안 정년퇴직자는 200여명이 넘는데 신입사원은 35명만 채용했다”고 사정을 전했다. 오 위원장은 “두산공작기계는 국가핵심기술사업장이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핵심사업장이기도 하다. 사모펀드가 제조업에 횡포를 부리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딜라이브는 MBK가 2008년 지분을 사들여 2014년 재매각에 나선 바 있다. 당시 MBK는 매각대금을 올리고자 협력업체를 변경했고 이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해 논란이 됐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이성호 딜라이브 지부장은 “MBK는 자기 돈이 아닌 은행에서 빌려서 기업을 매입한다. 그래서 차입금 이자를 내고 배당을 올리는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딜라이브 인수자금의 이자비용은 연간 1000억원에 달하며 순이익의 90% 가량이 투자자 이익배당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부장은 “현재 채권단이 이사회를 운영하는데 어느 회사로 매각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코웨이는 2013년 MBK가 매입했다가 2019년 다시 웅진그룹에 매각했다. 코웨이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3000억원 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나 배당금으로 2500억원 남짓이 지출됐다. 또, CAPEX(고정자산 구매·설비투자 등에 지출한 비용)가 매년 3000원 넘게 발생해 순수익보다 지출이 더 많은 현금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배경엔 MBK가 투자금을 회수하려 무리한 배당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임창경 코웨이 지부장은 “매각과 재매각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담보되지 못했다”면서 “매각과정에 노동자와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2016년엔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지며 중금속 검출 사태가 터졌다”라고 MBK의 책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은 전국민중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는 “사모펀드 자체를 금지하긴 어렵지만 기업약탈을 최소화하도록 공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투기자본규제법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투기자본규제법의 내용으로는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 인수자금 내 차입금의 규모를 일정한도 내에서만 허용하고 연기금, 공적자금 등의 사모펀드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