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지원인 의무대상 공기업 7곳 모두 선임하지 않아

ⓒCEO스코어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대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포하고 있지만 정작 사내 준법경영 여부를 감시하는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는 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돼가지만 선임 의무 대상 기업 10곳 중 4곳이 준법경영인을 선임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나 정부 정책을 가장 선도적으로 이행해야 할 공기업은 의무 대상 7곳 모두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기업의 준법경영 준수를 위해 일정규모의 상장회사들이 특정 자격을 갖춘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제도다. 2012년 시행됐는데,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을 1명 이상 둬야 한다. 하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기업 자율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상장사 중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가 있는 394곳을 대상으로 준법지원인 선임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49개(63.2%) 기업은 준법지원인을 선임한 반면 나머지 145개(36.8%) 기업은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 준법지원인 선임률은 자산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컸다.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 대상 기업 중 자산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은 130곳 중 118곳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해 90.8%의 높은 선임률을 보였다. 자산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기업 169곳은 준법지원인을 선임한 곳이 66곳(39.1%)에 그쳤다. 자산 1조원 이상 2조원 미만 기업은 95곳 중 65곳(68.4%)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했다.

업종별로 보면 상사와 통신 업종은 의무 대상 기업 모두 준법지원인을 선임해 선임률이 100%였다. 또 건설·건자재(83.8%), 조선·기계·설비(73.9%), 에너지(66.7%), 서비스(65.1%) 등 업종도 선임률이 평균을 상회했다.

공기업의 경우 의무 대상 7개 기업 모두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원랜드를 제외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6개 기업은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 대상으로 지정된 이후 단 한 번도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그룹별로 보면 의무 선임 대상 기업이 있는 56개 그룹 중, 선임 의무 대상 기업 모두가 준법지원인을 선임한 그룹은 38개 그룹이었다. 삼성·현대자동차·LG(각 11곳), 롯데(10곳), 현대중공업(7곳), 신세계·CJ(각 6곳), 효성·하림(각 5곳) 등이 이에 포함됐다.

한편 준법지원인을 선임한 기업 총 249곳 중 166곳(66.7%)은 변호사 자격을 갖춘 인물을 준법지원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83곳(33.3%)은 실무 경력 기간을 만족하는 인물에게 자리를 맡기고 있었다. 준법지원인은 변호사 자격 혹은 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법학 교수, 그 밖에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의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업 내 준법지원인 지원조직의 직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였다. 2018년 53명에서 올해 68명으로 15명 증가했다. SK하이닉스가 38명으로 2위였고 NAVER(30명), 대한항공(29명), CJ대한통운(25명), 롯데쇼핑(24명), LG전자(22명), 삼성물산(21명), 대우조선해양(20명) 등 7개 기업도 직원 20명 이상을 준법지원인 지원 조직에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