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CO2 유발원’ 시멘트…국내 배출 2위
넘쳐나는 폐플라스틱…시멘트 업계엔 ‘돈’ 돼
쓰레기 시멘트?…유럽선 그린 시멘트로 불려
시멘트 업계, 폐기물 처리 해결하는 구원투수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 인식이 증대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의 여건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지만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보다 더 강력한 글로벌 차원의 규제로 인해 산업계에서도 탄소중립은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탄소 배출 분야인 철강‧석유화학‧자동차 업계 등 제조업체와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유통‧관광 등의 산업 분야에서도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ESG 경영’에 힘을 싣는 추세다.

단순히 친환경 사업 위주의 참여가 아닌 기술 개발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는 산업들의 현황과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하는 전략,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한 아파트 공사현장
콘크리트로 지어지는 아파트.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회색빛 도시라는 표현은 상투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현대도시는 콘크리트 건물로 빽빽하다. 높게 지어지는 아파트, 빌라, 빌딩 말고도 다리, 도로, 댐 등 현대 건축물에 빠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그야말로 20세기는 콘크리트의 시대다.

하지만 이 콘크리트의 핵심 재료인 시멘트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를 뿜어내고 있다.

시멘트 산업이 배출하는 CO2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시멘트 산업을 단일국가로 가정할 시 2018년 기준 중국(27%)‧미국(15%)을 다음으로 많은 CO2를 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시멘트 산업은 국내 산업부문 배출의 약 10%인 연간 약 39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다.

시멘트는 주원료인 석회석을 광산에서 채광한 후 이 석회석 덩어리를 부순 뒤 부원료를 섞어 초고온으로 가열, 시멘트 원료인 클링커로 가공한다. 이 클링커에 석고를 첨가해 더 잘게 부숴주면 시멘트가 완성된다.

문제는 이 제조과정에서 엄청난 CO2가 배출된다는 점이다. 시멘트 1톤 생산에 약 0.9톤의 CO2가 발생할 정도다.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클링거 생산할 때 화학작용이 일어나 CO2가 발생하는데 이 공정배출 과정에서 총 배출량의 약 67%를 차지하고, 원료의 예열 및 부연료가 투입되는 직접배출 때 약 27%, 클링커 분쇄제품의 운송 및 사업장 운영과정에서 필요한 전력 사용인 간접배출은 약 6%를 차지한다.

본보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제출된 지난해 기업별 온실가스 명세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 상위 30대 기업 중 5개 기업이 시멘트 업종이었다.

더군다나 기후변화센터 환경데이터 플랫폼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 산업은 국내 CO2 배출 2위고 산업 부문 전체의 18%를 차지하기도 하면서 대표적 탄소배출 산업으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은 2023년 1월 1일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계획을 보이고 있고 미국 정부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내 시멘트 업계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대 EU 시멘트 수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더라도 직접적 영향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산업과는 달리 안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GVC)’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년 시멘트 수출액에서 35%를 차지해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은 EU 28개국에는 882만 유로(한화 약 118억원)의 시멘트를 수출하고 있어 EU의 시멘트 수입대상국 중 11번째로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가 중국산 시멘트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대 EU 수출이 영향을 받고 이는 연쇄적으로 한국의 대 중국 시멘트 수출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최근 2030년까지 CO2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이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멘트업계에서도 친환경 시멘트 개발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시멘트 업계는 설비 확충 등을 통해 석탄연료 대신 폐비닐, 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폐기물을 태워 CO2 배출량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이에 시멘트 업계는 한국시멘트협회를 주축으로 지난 2월 각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한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를 발족해 ▲온실가스 감축기술로 비탄산염 원료 등 석회석 대체원료를 추가 개발 ▲수소 바이오매스 등 친환경 신(新)열원을 개발 ▲온실가스 포집·전환기술을 조기에 적용하기로 하는 등 34개 과제를 발굴하기도 했다.

자원순환공원에 재활용될 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뉴시스

넘쳐나는 폐플라스틱…시멘트 업계엔 ‘돈’된다

사실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연료를 폐기물로 재활용하는 방안은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선 1980년대부터 활용해 왔다. 때문에 이미 시멘트 산업을 폐기물 재활용 및 에너지 감축을 위한 친환경 산업으로 인식됐다.

폐플라스틱은 석유 성분이 포함돼 있어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폐기물을 사용한 순환자원 열량은 약 7500㎉로, 5000㎉에 불과한 유연탄에 비해 높아 효율이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2000℃가 넘는 뜨거운 고열을 사용해 폐기물을 녹이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완전히 분해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타고 남은 재는 시멘트 원료가 되므로 2차 폐기물을 발생하지 않고 유연탄 사용량 저감에 따라 온실가스와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 전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 활용을 높이고 있다.

국가별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
국가별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시멘트협회 자원순환센터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순환자원 재활용이 가장 활발한 독일의 경우 2018년 기준 시멘트 가마(소성로)에 사용되는 전체 연료의 68%를 순환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유럽시멘트협회는 작년 12월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소성로 내 연료 대체율을 최대 95%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폐기물을 활용한 시멘트를 ‘쓰레기 시멘트’라고 표현하는 등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있다. 때문에 유럽(EU 평균)의 경우 순환자원의 화석 연료 대체율이 46%인 반면 국내는 23%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과학기술대 배재근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플라스틱 대란시대, 한국사회가 가야할 길’ 포럼에서 “폐기물을 에너지화하면 소성로 내에서 시멘트 원료인 알칼리성 석회석이 폐기물을 연소할 때 나오는 산성 물질과 만나 중화되는 데다 특히 소성로 내부가 1500도 수준의 초고온 상태라 완전연소가 가능해 오염물질 배출 자체가 적다”고 설명했다.

환경성 검토 결과에 대해서도 “석탄에 비해 고형연료의 미세먼지, 다이옥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배출이 적다”며 “석탄을 고형연료로 대체하거나 혼소할 경우 배출가스의 환경오염물질 농도도 더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도 “소각로 인근 주민들의 다이옥신 노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주장이 제기 됐지만 염화수소, 먼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의 배출량은 기준치보다 훨씬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혈중 납, 카드뮴, 수은 농도도 조사했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상한 값을 초과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시멘트를 ‘쓰레기 시멘트’라고 불리는 우리와 달리 유럽에서는 ‘그린(Green) 시멘트’, 일본에서는 ‘에코(Eco) 시멘트’라고 부를 정도로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정맥산업(靜脈産業,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해 환경으로 되돌리는 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폐플라스틱 대란이라는 환경문제를 가속화 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골칫덩이 폐기물을 해결하기 위해 시멘트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2020년 상반기 전년 대비 폐비닐은 11.1%, 폐플라스틱은 15.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수치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의 하루 평균 발생량이 약 850톤으로 지난해 상반기 732톤에 비해 약 16% 증가했다.

문제는 폐기물 처리다. 국가간 유해 폐기물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협약의 폐플라스틱 관련 규제가 올해부터 발효되면서 폐플라스틱은 각 국가에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

이에 시멘트업계가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폐기물 처리를 해결하는 일종의 구원투수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멘트 생산과정별 폐자원 활용 절차
시멘트 생산과정별 폐자원 활용 절차 ⓒ한국시멘트협회

시멘트 업계, 탄소중립 ‘위기를 기회로’

시멘트 업계는 폐기물 처리를 해결할 수 있는 순환자원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순환자원 사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관련 신규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 순환자원은 약 800만 톤으로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업계 1위 쌍용C&E는 이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유연탄을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기 위한 설비 개조 및 관련 인프라 구축해 지난 2019년 연간 150만톤 수준이던 유연탄 사용량을 지난해 100만톤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친환경 사업에 박차를 가하던 쌍용C&E 지난 3월 환경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표방하기 위해 사명도 쌍용양회에서 시멘트(Cement)와 환경(Environment)을 의미하는 ‘C&E’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탈석탄 경영, 친환경 자가발전 설비 마련을 통한 자원순환 사회 구축,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등의 ‘그린2030’을 발표 ESG 경영 실천을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쌍용C&E가 지난 9월에는 시멘트 업계 최초로 3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점이다. 녹색채권은 발행사가 자발적으로 조달자금의 사용 목적을 오염물질 저감 등 친환경 녹색사업 지원에 한정해 사용하겠다고 확약하는 채권이다. 이 녹색채권으로 발행한 300억원은 전액 순환자원 처리확대 및 폐열발전 증설 설비 구축에 투입할 예정이다.

쌍용C&E는 “당사는 온실가스 지속 감축 노력과 함께 국가적인 환경정책 방향인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종합환경기업으로서 순환연료 사용확대와 친환경 신규 발전사업을 추진해 국가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함은 물론 친환경 자원순환형 사회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일시멘트는 시멘트 생산공장인 단양공장에 순환자원 및 순환연료 사용과 시멘트 소성로 폐열을 이용한 폐열발전설비의 대체에너지 사용 등으로 친환경 공장을 구축했다.

또 한일시멘트는 지난 2014년에 석회석 사용량을 줄이고 생산 온도를 낮춰 CO2 발생을 저감할 수 있는 ‘석회석 저감형 저탄소 시멘트’를 개발해 최근에는 시멘트 업계 최초로 포틀랜드 시멘트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했다. 환경성적표지는 환경부가 제품의 친환경성 제고를 위해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폐기까지 전과정에 대한 환경영향을 계량적으로 표시하는 제도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올해 ESG경영을 본격화하며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 저탄소 제품 생산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면서 “주요 생산 제품의 품질은 물론 친환경 우수성도 높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 2019년 ‘가연성 생활폐기물 연료화 전처리시설’을 건립한 후 삼척시에 기부했다. 이를 통해 생활 폐기물 연간 약 2만톤이 유연탄 대체재로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삼표시멘트 모기업인 삼표그룹은 시멘트 제조·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30년까지 35% 감축하고, 2050년 이전에는 100% 탄소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위해 향후 연간 약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는 약 700억 원을 투입해 탄소 저감, 원료 대체 등을 위한 친환경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경영환경의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생존과 성장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며 “탄소 감축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ESG 경영을 통한 친환경‧저탄소로의 사업 전환이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시멘트 산업에 기회요인으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매립해야할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게 되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천연자원인 유연탄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원가절감에도 효율적이고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커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순환자원 활용 시 석회석, 점토, 유연탄 등 주요 원·연료 구입비용이 감소하며, 폐기물 처리에 따른 추가 수수료 수익으로 높은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며 “특히 유연탄은 수입의존도가 높아 국제 가격 변화에 따라 비용이 민감하게 변동하기에, 순환자원 활용 시 비용 절감과 함께 비용 예측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요 업체는 최근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시멘트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원·연료 비용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며 “순환자원 투입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물론 배출권 비용절감 및 잉여배출권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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