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경제산업부】 국내 산업계는 올해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완성차 업계는 팬데믹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수요예측에 실패해 반도체 공급난에 직면했다. 유통업계도 비대면 기조 확대에 따라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이커머스 시장과 가구·인테리어 브랜드 진출에 나섰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이베이 인수는 유통업계의 재편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건설업계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와 성남시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며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두 사건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있지만 지역 개발에 대한 내부 정보를 활용해 특혜 및 사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투데이신문>은 산업계를 뒤흔든 10개 이슈를 선정해 올해 한국사회에 던져진 과제들을 살펴봤다. 

 

이베이 인수한 신세계의 행사 배너 ⓒ신세계

이베이 품은 신세계…유통업계 ‘합종연횡’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이커머스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수합병으로 인한 유통업계의 재편도 꾸준히 이뤄졌다. 먼저 신세계그룹이 과감한 투자로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으며 네이버·쿠팡과 ‘3강 구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통해 주요 M&A 매물이었던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3조4000억에 인수하고 향후 5년간 1조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불참한 롯데쇼핑은 중고나라를 인수했다. 롯데의 중고나라 인수 배경으로는 ‘당근마켓’ 등 타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이 지목됐다. 실제로 하나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으로 10여 년 만에 5배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쇼핑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도 지난 10월 자사 온라인쇼핑몰에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오픈하며 거래대금과 장소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유통 공룡 백화점 3사가 가구·인테리어시장에서 격돌했다. ⓒ로고 각사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유통 빅3 리빙브랜드 ‘격돌’

홈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롯데쇼핑이 리빙 브랜드 한샘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유통 공룡인 백화점 3사가 가구·인테리어시장에서 격돌하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비해 1.5배 가량 성장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9월 이사회를 통해 한샘 지분 인수에 2995억원 출자를 결의하고 IMM PE로부터 참여를 확정 받아 한샘의 지분 약 5%를 확보했다.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 에쿼티는 7월 한샘의 지분 30.21% 및 경영권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롯데쇼핑의 한샘 지분 인수로 인해 신세계그룹의 리빙 브랜드 까사미아,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리바트 등 ‘유통 빅3’ 간 사업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정감사 질의에 답변하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뉴시스

‘독과점 공룡’ 카카오 골목상권 침해 논란

올해 카카오는 플랫폼 독과점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분야에 진출하려다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카카오의 생활서비스 분야 기업 인수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도 도마에 올랐다. 기업의 영향력을 이용해 영세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4월 기준 계열사 수만 118곳에 이르러 경쟁사 네이버(45곳)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문제는 해당 계열사들이 수행하는 사업 중에 꽃배달과 퀵서비스, 미용실·네일숍 예약, 스크린골프 등 중소사업자 비중이 높은 사업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4차례나 출석한 카카오 이사회 김범수 의장은 골목상권 침해 사업에는 절대 진출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김 의장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 사업에 그 부분에 관여됐다면 반드시 철수하고 골목상권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찾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지난 3월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연대

LH 직원 부동산 투기 ‘일파만파’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부지를 매입하는 등 부동산 투기를 한 정황이 드러나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3월, LH 직원들이 당시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지역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을 발표했다. 이후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에 범정부 차원에서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고 타 신도시 지역 투기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이어 6월 정부 합동 중간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총 646건에 대해 국회의원 13명, 지방자치단체장 14명, 공익자 399명 등 총 2796명을 조사해 20명(검찰 송치 529명)을 구속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번 사건을 부동산 시장에서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으나 경찰 수사에서 고위공직자들이 무혐의를 받거나 최근 1심 재판에서 LH 직원이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H 혁신 역시 중장기적 개편을 논의한다지만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0월 19일 대장동 개발이익 추정발표 및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장동 사건, 도시개발사업의 그림자 드러나

LH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선정국에서 성남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 9월경 성남 판교대장도시개발사업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번진 대장동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연루 여부를 두고 정치쟁점화 됐다. 핵심 쟁점은 민간 공동사업으로 추진한 대장동 사업이 기업에 과도한 차익을 남겼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을 추진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 뜰’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의 50%를 보유했으며 민간회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는 1%(출자금 5000만원)만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수익배당에서 화천대유는 총 수익금 5903억원 중 577억원을 받았다. 경실련이 지난 10월 대장동 개발이익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사업에서 민간사업자가 가져간 이익은 무려 1조6000억원에 이르며 이 중에서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 개인이 챙긴 이익은 85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사업의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대장동 사업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민간의 과도한 부동산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1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문제 대응 토론회를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원자력 발전 논란과 신재생에너지 추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란은 올해도 뜨거웠다. 그 가운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논란은 1월 월성원전 인근 부지에서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연초부터 타올랐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원전 부지 조사에 착수해 9월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월성 원전 부지의 물과 흙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대량 검출됐다. 조사단은 1997년 보수공사를 방사성 물질 누출의 원인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한빛원전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도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한편, 태양광‧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성장을 이어가는 추세다. 한국에너지공단이 11월 밝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1236만2000toe로 전년대비 16.8% 증가했으며 신재생발전량은 4만3062GWh로 전년 대비 25.9% 성장했다. 10월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공급비율을 2030년까지 25%로 확대하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시행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제품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최대 실적을 기록한 석유 화학업계. ⓒ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정유업계 최대 실적 고공행진

LG화학,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화학사들이 글로벌 경기 회복과 제품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에 2조23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3분기엔 GM리콜 사태로 영업이익은 저조했으나 매출액은 10조6102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41.4% 증가했다. 한화솔루션은 2분기 사상 최대인 1조33331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금호석유화학도 3분기에 7734억원의 매출을 올려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정유사들도 같은 이유로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국내 정유 4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총 5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유가 상승 및 수요 회복이 동반되며 흑자로 전환된 모습이다. 에쓰오일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조7497억원이며 SK이노베이션 1조6276억원, GS칼텍스 1조4097억원, 현대오일뱅크 8516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보였다. 4분기 실적 역시 양호하게 나올 전망이다. 정유·화학사들은 탄소중립시대를 준비하고자 수소, 베터리 소재 중심 체질 변화를 추진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자동차 기업들이 반도체 개발 및 자체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 공급난’에 자체 생산 나서는 자동차 업계

올해 전세계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수급난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구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을 줄였지만 예상을 뒤집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 자동차 업계는 뒤늦게 차량용 반도체 주문에 나섰지만 이미 스마트폰·컴퓨터 등 정보기술(IT)용 제품으로 생산력을 집중했고 또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 중 하나인 동남아지역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공급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2023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은 잇따라 차량용 반도체 개발 및 자체 생산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 반도체 자체 개발 계획을 언급했고 도요타는 지난해 4월 반도체 개발사 ‘미라이즈’를 설립,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폭스바겐도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요소수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이 안내되고 있다. ⓒ뉴시스

‘요소수 쇼크’ 글로벌 확산 전망

중국이 지난 10월 중순 석탄 가격 상승과 전력난을 이유로 요소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면서 국내 수급난이 발생했다. 실제 주유소에서 1만원 대에 판매했던 10L 요소수 가격은 물량부족이 이어지면서 2만5000원으로 오르거나 그마저도 ‘품절’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11월 기준 국내 요소수 가격은 5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요소수는 디젤 차량, 제철소, 발전소, 소각장, 석유화학, 시멘트 공장 등에서 사용해야 하는 필수재다. 특히 디젤 차량은 요소수로 운행되는 오염물 저감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이를 제때 넣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배기량 출력이 낮아져 정상 운행이 불가능하다. 산업 필수재는 국내에서도 최소한으로 생산할 여력을 만들었어야 하지만 중국에서 수입하는 요소수 가격이 워낙 저렴해 수입으로 의존해왔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에서 요소수를 생산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국, 일본, 인도 등 전세계에서 수급난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글로벌 요소수 수급난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 산업용 요소수 대체물질을 개발하면서 부족 사태 해결 및 가격 안정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운사 운임 답합 논란을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뉴시스

‘과징금 폭탄’ 맞은 해운업계…공정위와 ‘정면충돌’

해운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수출입 물동량의 증가로 오히려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3년간 법으로 허용됐던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임료 담합으로 규정하고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예고하면서 놀라운 실적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공정위는 해운기업들의 긴급비용보전할증료(ECRS) 징수가 ‘부당요금 징수 담합’에 해당한다는 신고를 접수,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공정위는 이들 선사가 15년간 563차례 카르텔 회의를 열고 지속적으로 연락해 122건의 운임협의 신고를 누락하는 등 의도적으로 담합을 했다고 판단, 국내외 23곳 선사에 8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심사보고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해운법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주된 공동행위 19건은 해수부에 신고해 아무 문제가 없으며 지난 7월 세부협의를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공정위의 최종 결론은 다음달 12일 나올 예정이다. 당초 8000억원으로 예상됐던 과징금은 2000억원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해운업계는 과징금 부과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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