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수색 계속…소방당국, 사고 현장서 남성 1명 발견
전문가 “동절기 콘크리트 양생 안돼 품질 불량 가능성 커”
광주시 “전면 철거 후 재시공 검토” 상당한 후폭풍 예상
HDC현산 “공기 단축 없었고 양생기간도 충분” 적극 해명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13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 이용섭 시장이 13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원인으로 콘크리트 품질 불량에 따른 부실시공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공기 단축은 없었다고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16개 층에서 붕괴가 일어난 사고 현장의 정황을 종합할 때 부실시공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현대산업개발 등에 따르면 광주 HDC현산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는 실종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성 1명이 구조대원에게 발견돼 소방당국은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구조 계획을 수립 중이다. 

공사 중이던 해당 아파트에서 붕괴가 일어난지 사흘이 지난 현재, 사고 발생 원인으로는 콘크리트 불량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부실시공에 의한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콘크리트의 품질 불량이 거론되고 있다.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최창식 교수는 “동절기 공사여서 콘크리트 자체의 강도 발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강도 발현이 안되면 하중을 충분히 받칠 수 없다. 콘크리트를 보온하는 양생이 지켜져야 하는데 동절기엔 시간이 많이 걸려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식 교수는 “여러층이 파괴된 걸 보면 내부 철근 배근이 잘 됐는지 그리고 건물구조 시스템이 어떤지 확인해야 한다”라며 “슬레브 구조라면 철근이 잘 정착해야 힘을 받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짐작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는 동절기에 콘크리트 타설은 제한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공사현장이 공기가 있다보니 지키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보였다.

고용노동부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21세기에서 볼 수 없는 후진국에서 발생할 법한 사고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1~2개층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강풍의 영향이나 타설시 하중 문제를 의심할 수 있지만 38층부터 23층까지 붕괴가 일어난 건 콘크리트 품질 불량이다”라고 진단했다.

최명기 교수는 “위에서 내려다본 항공촬영을 보면 외벽뿐만이 아니라 내부도 무너져 내렸다. 또 철근이 다 빠져나와 드러난 상태이고 콘크리트는 다 무너졌다. 양생이 잘 됐다면 콘크리트와 철근이 같이 매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 과정에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무너진 구조물을 들어내다가 다시 무너질 수 있다”면서 “수시로 건물 붕괴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면서 구조대가 언제든 대피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된다”고 내다봤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사고 발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수사당국이 빠른 시간 내에 압수수색 등을 통해 공사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해당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광주고용노동청은 사고 다음날인 12일 HDC현산 현장책임자(안전보건총괄책임자)와 콘크리트 골조업체 현장소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현장관계자 등을 소환해 수사 중이다.

경찰 역시 12일 해당 아파트 공사 하청업체 3곳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HDC현산 현장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는 등 검찰, 경찰, 노동청의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HDC현산은 이번 붕괴사고로 만만찮은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광역시 이용섭 시장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는 건물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건물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라며 “아울러 앞으로 우리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일정기간 HDC현산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오는 11월 준공예정이며 12월 초에는 847세대(아파트 705세대, 오피스텔 142실)의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선 전면 철거 뒤 재시공이나 분양철회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HDC현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의 브랜드 가치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또, 이 시장은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감독관청의 관리감독 부실 여부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문제가 확인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일벌백계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무관청인 광주시 서구청엔 해당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지난 2019년 5월부터 소음과 비산먼지 등의 민원 386건이 접수돼 27건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안전관리 감독까지는 지자체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공사현장은 분기점검과 동절기 우기 해빙기 점검으로 1년에 7번은 정기점검을 한다”면서도 “육안으로 점검하다보니 구조물 안전까지는 점검하기 어렵다. 또, 민간공사라서 하도급관리는 따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동 콘크리트 타설 및 양생 일정 ⓒHDC현대산업개발
201동 콘크리트 타설 및 양생 일정 ⓒHDC현대산업개발

예견된 인재였나…공공공사 안전관리 평가선 ‘매우 미흡’

이미 해당 아파트의 안전문제는 지난해 서구의회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우석 서구의원은 지난해 7월 9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현장주변 주민들이 제보한 공사현장에서 떨어진 낙하물 사진을 보여주며 안전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정 의원은 당시 5분발언에서 “주민들 얘기로는 현장에선 ‘공사 현장 낙하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는데 해당 현장 주변에 다른 공사 현장은 없다”라며 “20층 높이에서 떨어진 낙하물로 인해 주민들이 부상 이상의 심각한 상황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또는 차량이 파손되고 나서야 언론에 특필되고 서구청에서 개입할 생각인지 묻고 싶다”고 추궁했다. 정 의원은 서구청, 공사 관계자, 서구의원으로 구성된 TF팀 신설을 요청하기도 했다.

HDC 현산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3일 공개한 지난해 공공 건설공사 안전관리 수준평가에서 시공자로서 ‘매우 미흡’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번 평가는 179개 현장의 281개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한편, HDC현산은 같은날 사고현장의 타워크레인 해체 계획 등을 발표하며 사고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HDC현산은 “사고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은 불안정한 부위를 부분해체하며 B구간 옹벽은 구조적으로 안전할 것으로 판단돼 안전성을 수시로 체크하겠다”고 전했다.

HDC현산은 공기 단축 등은 없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HDC현산은 “공기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라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다”라며 “충분한 (콘크리트)양생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사고가 난 201동 타설은 사고발생일 기준 최소 12일에서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는 것이다. 

HDC현산에 의하면 201동 38층은 사고일 기준 18일의 양생이 이뤄졌으며 39층 바로 밑의 PIT층 벽체도 12일간의 양생을 거쳤다. HDC현산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관계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기다려야 한다”라며 “지금은 실종자 신변확보를 최우선하고 있다. 이후 대책은 다각도로 모색할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