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안전보건 의무 강조한 정관 변경안 받아들여
경제개혁연대 “ESG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제외는 유감”

고용노동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달 9일 광주시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용노동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달 9일 광주시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네덜란드 연금 투자회사 APG의 정관 변경 주주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APG의 주주제안 중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은 제외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HDC현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APG 주주제안 안건 승인과 지난해 사업연도 재무제표 승인 등이 의결될 전망이다. HDC현산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경제개혁연대가 HDC현산의 주주인 APG로부터 위임을 받아 진행한 정관 변경에 관한 주주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8일 APG로부터 위임을 받아 ▲지속가능경영, 안전경영 등에 관한 회사 의무를 명문화하는 전문 신설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및 안전보건 전문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 ▲지속가능경영 공시 도입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등의 정관 변경을 요구했다. APG와 경제개혁연대는 광주시에서 일어난 학동4구역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HDC현산의 안전 및 공사 품질관리에 심각한 사회적 불신을 일어났다는 점을 정관 변경의 이유로 들었다.

이후 HDC현산은 APG, 경제개혁연대와 함께 정관 변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정관에 ‘회사는 정도경영의 원칙에 입각해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문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안전보건 전문가 1명을 포함한 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다만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은 제외됐다.

HDC현산은 광주 아파트 사고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제안 요청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최대주주인 지주사 HDC도 책임감 있는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다음날인 4일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거부는 유감이나 수용한 주주제안은 실효성 있게 이행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HDC현산이 건설안전 및 ESG에 관한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취지의 정관 변경을 받아들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고 유의미한 변화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HDC현산은 시공사로서 충분한 안전관리를 하지 못해 붕괴사고를 막지 못한만큼 응분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회사가 형식적으로만 정관을 변경한다면 이번 주주제안이 갖는 의의는 매우 퇴색할 것이다. HDC현산은 정관 변경이 통과되면 당초 주주제안의 취지와 목적이 실현되도록 정관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총 때까지 지주회사 HDC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정관 변경안에 찬성하도록 주주제안의 구체적인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이 제외된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아쉬움을 보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우리나라는 상법과 정관이 주총 승인사항으로 정한 것에 한해 주총 결의 및 주주제안이 가능하다는 법리적 해석으로 ESG 이슈에 관한 주주제안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HDC현산이 국내 기업에서 도입한 사례가 없고 과도한 주주권 행사가 우려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큰 아쉬움과 유감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라며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는 ESG 관련 적극적 주주활동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APG의 주주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와 APG는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주주제안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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