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HDC현산 맡은 모든 공사에 중지 명령…“퇴출” 비판도
7개월 전 붕괴사고 난 광주 학동 재개발도 HDC현산이 시공
국토부‧대검, 사고 원인 규명 나서…유병규 대표, 공개 사과해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건설현장. 공사 중 외벽이 무너져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뉴시스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건설현장. 공사 중 외벽이 무너져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외벽 붕괴 사고로 실종자 수색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앞서 지난해 6월 HDC현대산업개발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정몽규 회장이 대국민 공개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 했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또 다른 현장에서 대형 사고가 터져 현장에서 퇴출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해당 아파트 공사현장에선 201동 건물의 23~34층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광주시소방본부 등에 의하면 사고 직후 현장에선 3명이 대피하고 3명이 구조됐으며 근처의 차량 10여대가 파손되거나 매몰됐다. 추가 사고 우려에 따라 인근 주상복합에 거주하는 주민 109세대엔 대피령이 내려졌다.

현장 노동자들 중에선 1명이 잔해물에 맞는 부상을 입어 병원에 이송됐고 6명이 연락이 두절된 채 실종된 상태다. 실종된 노동자들은 사고가 일어난 건물에서 창호 공사 등을 맡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주시는 긴급현장대책회의를 열고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11시 20분 구조견 6두와 핸들러를 현장에 투입했고 뒤이어 현장구조팀의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국토안전관리원을 중심으로 한 안전점검에서 건물 내부는 수색작업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받아 수색작업에 돌입했다.

광주시는 또 해당 사고현장을 포함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시에서 진행하는 모든 건축 건설현장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광주시는 철저히 사고원인을 조사해 모든 법적 행정적 책임을 물어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발본 색원하는 한편, 공무원의 해태 행위가 확인되면 역시 엄정조치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대학교 김규용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이 위원회는 오는 3월 12일까지 2개월 간 활동할 예정이다.

국토부 노형욱 장관은 사고현장을 찾아 수습 상황을 점검하며 “조속한 수색과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장관은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철거공사에서 건축물 붕괴로 무고한 시민 9명이 희생된 데 이어 다시 붕괴사고가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모든 정부부처가 힘을 합쳐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고를 수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검찰청은 이번 사고에 대해 광주지방검찰청, 광주지방경찰청,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인 전날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 2명, 하도급업체 관계자 1명, 타워크레인 기사 1명, 감리 1명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면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붕괴사고가 일어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시공사이기도 하다.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붕괴 사고 이튿날인 6월 10일 광주시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정 회장의 재발 방지 약속이 무색해진 모습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학동 참사 직후 정부와 광주시, HDC현대산업개발은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한다고 장담했지만 무슨 대책을 수립했는지 묻고 싶다”라며 이번 사고를 ‘제2의 학동 참사’로 규정했다. 이어 “학동 참사에서 봤듯 현장의 책임이 가장 크고 무거운 HDC현대산업개발은 빠져나가고 하청 책임자만 구속됐을 뿐이다”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을 광주에서 퇴출하라”고 비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는 같은날 공사현장 인근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식 사과문에서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수사기관의 조사와 국토부 등의 사고원인 규명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장을 알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가 발생하자 임직원 및 구조 안전 전문가 등 50여명을 사고 현장에 급파하고 실종자 수색과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장비 및 인력 확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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