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주총서 주주들 쓴소리 이어져…정관 변경·이사 선임안 의결
참여연대, 안전전문 사외이사 선임·ESG 주주제안 신설 등 거듭 촉구

HDC현대산업개발 주주들이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 주주들이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 정기주주총회는 잇단 참사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 목소리가 높았다. HDC현산이 발의한 안건은 모두 통과됐지만 경영진이 어떻게 참사를 책임질지는 숙제로 남은 모습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제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그리고 주주배당 등의 안건이 의결됐다. 이번 주총은 광주 학동 붕괴사고와 화정아이파크 참사 이후 주주행동이 예고돼 여느 주총보다 이목이 집중됐다.

HDC현산 주주행동을 추진해온 참여연대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함께 주총 직전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HDC 정몽규 회장이 HDC현산 회장직을 사퇴하며 ‘대주주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현산의 행보는 대형 건설 사고를 책임지는 모습과 거리가 멀다”라며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이 높은 와중에도 HDC현산은 안양 관양 현대 및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재건축 등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수주해 도덕성 논란을 빚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 및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HDC현산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 향후 부실공사로 인한 사고 개발을 막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이 자리에서 제안한 노동시민사회단체 5대 요구안은 ▲산업안전전문 사외이사 선임 ▲ESG 관련 주주제안 정관 신설 ▲대형 참사에 책임있는 이사의 실질적 퇴진 및 해임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ESG 경영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직 구성, 규정 정비 등이다. 정익희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별도의 안전보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은 점과 사고에 책임이 있는 당시 이사들 중 일부가 여전히 퇴진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함께 29일 HDC현대산업개발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시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앞에서 5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참여연대]
참여연대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함께 29일 HDC현대산업개발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시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앞에서 5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참여연대]

주총이 진행되자 경영진을 향한 주주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손해에 대한 대책과 경영진 징계 조치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또, HDC 정몽규 회장에게 돌아가는 배당금과 퇴직금의 규모를 문제삼으며 이를 반납해야 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이에 HDC현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은 징계가 어렵다”며 “징계를 내리면 향후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총을 주재한 HDC현산 권순호 대표이사는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소비자와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번 주총에서 HDC현산이 제출한 안건은 모두 표결에서 가결됐다.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반대 결정을 내린 권인소 사외이사 재선임 건도 78.3%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

HDC현산은 네덜란드 연금 투자회사 APG의 정관 변경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지속가능경영, 안전경영 등에 관한 전문 신설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기속가능경영 공시 도입 등을 반영했다. 다만,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은 제외했다.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은 이날 주총에서 30.6%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HDC현산이 이번 주총을 거치며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 안전보건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부분적으로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일부 이사들의 책임지는 모습이 없는 점은 아쉽다”면서 “안전보건위원회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점이 앞으로의 숙제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APG의 요구가 일부 수용된 것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를 집중제기하면서 여론을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라며 “APG의 정관개정 요구를 보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의결권만 행사하는 수준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잇따른 건설 사고는 무리한 공기단축과 원가절감이 근본 원인이었다. HDC 정몽규 회장은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서 지나친 수익 위주의 경영에 치우치지 않도록 이사회가 제어해야 한다”고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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