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지난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 관련자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당시 원청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 2단독 박상권 판사는 지난 10일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무죄선고에 대해 “김 전 대표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하고, 고의로 방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에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용균씨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컨베이어벨트와 관련한 위험성이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과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대표를 제외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피고인 15명(법인 2곳 포함)의 경우 모두 유죄를 인정, 징역형·금고형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내렸다.

이번 재판으로 한국서부발전은 1000만원의 벌금, 한국발전기술은 15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어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7명에 대해서는 금고 6월~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200시간을 선고했다. 또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1명과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1명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전 대표 등 14명은 김용균 씨 사망 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백남호 한국발전기술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뉴시스

이번 1심 법원 판결에서 내려진 벌금형을 제외하면 금고 이상의 실형 선고를 받은 원청 및 하청업체 책임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가족과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그간 노동자들의 죽음을 허용한 판결이다. 정말 끔찍하다”며 “이번에 내린 판결 전체 내용 자체가 혐의는 인정하나 솜방망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노동자들의 계속된 죽음은 그냥 못 본 척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수많은 노동자를 한 귀퉁이에 몰아넣고 제대로 말하지 못하도록 한 뒤, 기업의 입맛대로 운영하게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번 재판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무너졌다. 이번 판결이 마치 정의인 것 마냥 떠들고 있는 재판부나 기업인들이나 모두 한 통 속이 아닌가. 결국 노동자들만 갈아 넣는 이 나라가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김씨는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먹고살기 힘들게 됐다. 매일 매일 죽어 나가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 노동자의 사망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는 집안이 하루에도 몇 가족이나 나오고 있고, 이를 수십 년 동안 끌어오는 것 자체가 아픔이다”고 전했다.

끝으로 “싸우면 싸울수록 보이지 않던 큰 벽이 보이고, 어느 한 조직과 싸우는 게 아니라 이 나라 전체하고 싸우는 생각이 크게 든다. 한 마디로 참 암담하다”며 “지금 당장은 민주노총, 공공운수 등 사회단체와 협의를 해서 불합리함에 맞서 싸울 예정이다. 판결에 대한 항소를 이어갈 것이고, 갈 수 있다면 대법원까지 쫓아가서라도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을 처벌 할 수 있도록 끝까지 바로잡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균재단은 입장문을 통해 故 김용균씨가 사고를 당한지 3년 2개월 만에 열린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참담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용균재단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법을 만들고 노동자들이 아우성을 쳐도 재판부와 사업주들의 인식은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며 “이는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산업재해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부족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 전의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이미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의 법 해석으로는 아무리 법을 개정하고 새로 만들어도 다 소용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고 해도 전혀 적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일터의 죽음을 막는 일에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생명이 직결되는 문제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도록 재판부가 엄정한 법 적용을 하는 것은 핵심적인 고리일 것이다. 이를 위해 김용균재단은 앞으로도 2심, 결심까지 얼마가 걸리더라도 최선을 다해 대응할 것이다”고 전했다.

앞서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는 지난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는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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