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김용균 사망사건 계기로 지난해 1월 법 제정
재계-노동계, 각자 다른 이유로 법 개정 촉구 나서
문 대통령 “사업장 안전에 획기적 전기 마련 기대”

2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중대재해처벌법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2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중대재해처벌법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재계와 노동계에선 각자 다른 이유로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논의는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을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1월 26일 제정됐으며 1년 만에 본격 시행된다.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뒤 3년 뒤인 오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의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고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사건은 이 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김용균씨가 사망한 당시, 작업장 안전시설이 미비했고 2인 1조 근무규칙이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며 노동자 안전을 책임지는 제도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이 법에서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 중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규정된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를 의미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62명에 이른다. ‘산재 공화국’이란 오명이 붙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대책의 수립 및 이행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안전 및 보건 관계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등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혹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5년 이내에 재범을 저지르면 가중처벌도 내려질 수 있다. 해당 법인 또는 기관 역시 10억원 이하 혹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단, 동법 제3조에 따라 상시 근로자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은 중대산업재해 적용에서 제외된다.

재계와 노동계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27일 입장을 내고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이 모호해 일부 현장은 1호 처벌을 피하고자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경련 추광호 본부장은 “법 시행 과정에서 경영자에게 명백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과잉수사, 과잉처벌이 이뤄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라며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해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 위주로 안전보건 체계를 확립하고 기업경영 위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도 이날 “과도한 처벌 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준수에 노력하는 기업도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해당 법률에 대한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 및 의무내용의 명확화, 면책규정 마련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고 전했다. 경총은 “중대해재처벌법의 문제점이 개정된 입법보완이 이뤄지길 촉구한다”라며 “정부가 안전관리에 취약한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책임있는 역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원안보다 후퇴한 현행법으로는 산업재해를 막기 어렵다며 실효성을 높이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법 시행 전날인 26일 “원안에서 후퇴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라며 “후퇴한 법의 실효성을 되살리기 위해 경영책임자 정의를 바로 잡고 5명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는 법 개정 활동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일부 로펌 등에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공포감을 조성하고 이를 기회로 소위 ‘장사’를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27일 서울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자 단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과 무력화 시도 즉각 중단 ▲엄정한 법 집행으로 실질적인 경영책임자 강력 처벌 ▲5인 미만 적용제외 삭제 등 중대재해처벌법 즉각 개정을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운동본부는 “발주처의 공기단축 강요에 대한 처벌, 인과관계 추정 도입, 부당한 인허가나 감독에 대한 공무원 책임자 처벌 등 핵심 조항을 반영하는 법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사업장과 건설현장 안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처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이해가 확산되길 바란다”면서 “예방효과를 거두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법 집행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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