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건설협회 “기업 85%가 법 제정 반대”
민주노총, 경총 앞서 법 제정 촉구 집회 예고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건설업계의 이목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이어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여부에 쏠리고 있다. 기업들은 건설안전특별법에 난색을 보이지만 노동계는 잇따르는 중대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국회에서 해당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기업들이 건설안전특별법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1일 국내 기업 19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85%가 해당법 제정에 반대했으며 찬성은 6.7%에 그쳤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의 내용을 보면 발주자는 설계‧시공‧감리자가 해당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한 기간과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 또, 발주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시공자는 해당 현장의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하며 안전시설물을 직접 설치하고 현장에서 위험작업이 동시에 추진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건설사업자에게 1년 이하의 영업정지 또는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인식도 조사에서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 발생시 발주자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에는 응답자의 92.9%가 반대했다. 기업들은 발주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고까지 책임을 부과하는 점(46.7%)을 반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사망자 발생시 시공자에게 부과하는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수준에 대해선 92%가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행정제재를 부과하면 신규수주가 중단돼 업계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점(31.7%)을 주된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경총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성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와 책임을 강화하는 특별법을 또 제정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라며 “건설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책임자 처벌, 행위자 처벌,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5중 제재가 부과돼 기업활동 중단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 본부장은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면 특별법 제정보다 현장여건을 고려한 제도 개편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과 정부 부처간 혼선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되면 현장은 혼돈에 빠져 오히려 사고를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하나의 법으로 일원화해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제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민주노총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포함해 국가산단안전대책 노후설비 특별법 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까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3일 서울시 마포구 경총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이번 집회에서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여천NCC 진상규명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국가산단 안전대책 노후설비 특별법 제정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을 촉구하고 더불어민주당 당사와 국민의힘 당사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올해에만 사고사로 사망한 노동자가 94명에 달하는데 사망사고의 75%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민주노총은 2일 집회 취지에 대해 “경총과 건설협회 등 사업주 단체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무력화를 주장할 뿐 아니라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경총을 규탄하고 중대재해 대책이 없는 대선후보들에게 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일 광주 NGO센터에서 열린 학동화정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에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이후 대응이 주목된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건설안전특별법 등이 빨리 추진되도록 뒷받침하겠다”라며 “중대재해처벌법도 근로자측과 회사측 다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시행 과정에서 부족한 점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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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지난이진(知难而进) 담당분야: 건설/부동산, 화학, 정유, 에너지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