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준공식'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준공식'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장애유무나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모두의 화장실’이 성공회대에 대학 최초로 설치 설치됐다.

성공회대와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앞에서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준공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였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별·나이·성 정체성·성적 지향·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지칭한다. 이번 모두의 화장실 준공은 화장실 에용에 불편을 겪는 사람은 소수일지라도 없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성공회대에 마련된 모두의 화장실을 누군가 살펴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성공회대에 마련된 모두의 화장실을 누군가 살펴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성공회대에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은 △출입 음성지원 시스템 △자동문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휠체어 장애인이 보기 편한 각도거울 △유아용 변기커버 및 기저귀 교환대 △소형 세면대 △접이식 의자 △외부 비상통화장치 등이 화장실 한 공간에 설치됐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 과정이 수월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총학생회가 처음으로 시도했으나 실패에 그쳤다.

지난해 5월엔 성공회대 학생기구 ‘중앙 운영위원회’가 관련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며 재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전체 학생대표자회의 가결을 거쳐 예산안 심의 통과로 추진됐다. 이후 반년 간 교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학교 본부 역시 설치 자체에 반대하진 않았으나. 지난해 10월 학교 본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학교 측은 모두의 화장실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일부 구성원의 반대를 우려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후 총학생회의 적극적인 설득과 홍보 활동의 결과로 지난해 11월 24일 ‘성공회대 처장단 회의’에서 학교 본부가 모두의 화장실 설계도를 구상하고 공사하기로 결정했다.

기자회견 서 발언하는 모두의 화장실 우준하 공대위원
기자회견 서 발언하는 모두의 화장실 우준하 공대위원

김기석 성공회대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내 구성원 토론회 등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두의 화장실 우준하 공대위원은 “새천년관 화장실에 비데가 없어 미가엘관 화장실까지 가야 했고, 날에는 눈과 비를 맞고 화장실을 간 적도 있다”며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생겨 기쁘고 학교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목소리와 연대로 형성된 모두 존중받는 화장실 문화는 인권 친화적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첨언했다.

제37대 총학생회 비대위 성계진 인권국장은 “모두의 화장실은 단순 시설물로의 의미가 아닌, 견고한 차별의 벽을 두드리고, 흔드는 하나의 가치”라며 “눈앞에 보이는 수백 가지의 인권문제 중에서 단 한 가지라도 해결 가능하다면, 주저 않고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모두의 화장실이 2017년 학생회 공약이 된 이후 5년이 걸려 만들어졌다”며 “이것은 시작일 뿐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모든 건물의 1층에 모두의 화장실을 한 칸 이상씩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 그 이상의 가치를 넘어 실사용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격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연구소 박한희 변호사는 “이 공간을 모두의 화장실로 만드는 것은 여기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이들의 몫”이라며 “실제로 이용하고 경험하면서 혹시라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알리고 개선해나가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중립 화장실’로도 불리는 모두의 화장실은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모두의 화장실은 해외에서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2015년 백악관에서 최초의 성 중립 화장실이 생긴 이후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으며, 북유럽 또한 성중립 화장실 확산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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