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세론 속에서 계속해서 공격받고
안철수, 친윤과 반윤 사이에서 정체성 실종

천하람, 이준석계 꼬리표 득이자 독
황교안, 지지율과 득표율 사이 고민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복도에서 한 국회 직원이 당 대표 후보 및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후보들의 홍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복도에서 한 국회 직원이 당 대표 후보 및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후보들의 홍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4명의 당 대표 후보 간 경쟁이 그야말로 치열해지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는 과반 득표 후보가 없을 경우 1위와 2위 득표자가 다시 맞붙는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결선투표는 누구에게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고, 누구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 때문에 결선투표 실시를 놓고 상당히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쏟아내는 언사들이 상당히 거칠어지고 있다.

결선투표 셈범은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의 최근 고민은 ‘결선행’이다. 결선을 가지 않고 3월 8일에 모든 것이 결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전대를 참석하기 때문이다. 친윤계 주자로 꼽히는 김 후보로서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전당대회 결과가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이다. 신임 당 대표와 대통령이 두 손을 마주잡고 미래를 약속하는 그림은 국민들에게 상당히 좋은 신뢰를 쌓을 수 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윤심이 크게 작동한 선거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할 수 있는 기회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까지 참석한 전당대회에서 김 후보가 다른 후보와의 경쟁에서 아슬아슬하게 1위를 하고, 결선투표까지 간다면 윤 대통령의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김 후보 캠프 내에서도 가장 큰 목표로 세운 게 결선투표 없이 1차에서 끝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결선투표 없이 1차에서 압도적인 표차이로 끝내야 한다는 시나리오다.

만약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김 후보는 지지율 1위이지만 최근 울산 KTX역 땅 투기 의혹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 계속해서 김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이것이 김 후보에게는 악재가 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의혹과 맞물리면서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안 된다는 논리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당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원인으로 대장동 이슈가 지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된 이후에도 울산 KTX역 땅 투기 논란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악재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진상조사TF’까지 꾸린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장동’ 이슈에는 ‘김기현 울산KTX역 땅투기’ 이슈로 맞불 작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 후보에게 울산KTX역 땅 투기 의혹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 울산KTX역 땅 투기 의혹을 놓고 합동 공세를 펼치고 있어서 김 후보로서는 상당히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당 선관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미 활시위를 떠난 상태이다. 이렇듯 세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서 맹공을 퍼붓고 있어 김 후보가 얼마나 견뎌낼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김 후보의 가장 큰 한계는 ‘친윤 후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강점’이기는 하지만 거꾸로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후보들이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김 후보는 지지율 1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된 것도 ‘친윤’ 후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외연 확장을 할 수 없어서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친윤 후보라는 이미지를 깨부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공개홀에서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후보.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공개홀에서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후보. [사진제공=뉴시스]

백척간두 안철수

안 후보는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놓인 형국이다. 김 후보와의 경쟁에서 한때 상당한 경쟁을 했었지만 전당대회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3위인 천하람 후보와의 경쟁을 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 지지율 답보 상태를 넘어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안 후보의 고민이 깊다.

이는 1위인 김 후보와 3위인 천 후보 사이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퍼블릭오피니언에 의뢰해 지난 18일~19일 국민의힘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대표 지지율 조사 결과(국민의힘 당원 응답자 패널 863명 중 422명이 ARS 방식으로 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8%p), 안 후보는 20%를 기록했다. 김기현 후보(47%)에 오차 범위 밖에서 뒤졌다. 천 후보는 18%를 얻으며 안 후보를 바짝 추격했다. 황교안 후보는 13%였다.

이는 2주 전 여론조사 결과와 확연히 다르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일~7일 실시한 당대표 지지도 조사(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5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309명이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5.6%p)에 따르면 안 후보는 32.9%, 김 후보 25.6%, 황 후보 8.4%, 천 후보 3.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안 후보의 지지율은 30%대에서 20%대로 떨어졌으며, 천하람·황교안 후보 지지율과의 격차도 크게 나지 않고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이 같은 추세가 나온 것은 안 후보의 우유부단한 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는 윤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친윤계 인사들과의 선을 긋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공개 경고를 하면서 후퇴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윤계 비판이라는 이슈를 내려놓으면서 안 후보가 보여주는 색깔이 무엇인지 불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윤핵관’이라는 말도 쓰지 않겠다는 식으로 후퇴를 하자 안 후보를 지지했던 많은 당원들은 실망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실망감이 천 후보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황 후보가 먼저 제기한 김 후보의 울산KTX역 땅 투기 의혹을 최근에는 안 후보가 더욱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시 말하면 선거전략 미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금 안 후보가 노려야 할 것은 ‘결선투표행’이다. 즉, 결선투표를 최종 목표로 해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고, 이를 천 후보가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김 후보가 과반 이상 득표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한 공세만 펼쳤을 뿐이지 ‘천안연대’를 구사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맞이하게 됐다. 결선투표를 목표로 한다면 천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치면서 천 후보가 치고 올라오지 못하게 했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천 후보가 치고 올라오게 만들었다.

물론 결선투표 이후 천안연대를 염두에 둔 선거전략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점에서 패착이다. 안 후보는 과연 ‘친윤’ 후보인지 ‘반윤’ 후보인지 정체성이 헷갈리게 되면서 그에 따라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왼쪽부터) 황교안, 안철수, 천하람,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왼쪽부터) 황교안, 안철수, 천하람,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준석계 천하람

천 후보는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상당히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고민스런 대목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준석계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다면 천 후보가 어느 정도 선에 올라가게 된 이후 그 이상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당원들은 이미 ‘이준석 리스크’를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바람을 일으켰고, 그것이 지난 대선에서 상당한 원동력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윤 대통령을 대통령에 앉히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는 것 때문에 친윤계 당원들로서는 제2의 이준석 사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천하람이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매력적인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민주당에서는 만약 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내년 총선은 해보나마나 민주당이 패배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천 후보가 ‘젊음’을 무기로 해서 수도권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순천당협위원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에서도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은 해보나마나 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천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에 천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만약 천 후보가 결선투표를 가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천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의정활동’ 경험도 부족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그나마 당 대표 혹은 원내대표 혹은 국무총리를 해봤지만 천 후보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 이런 경험 부족은 앞으로 정당 활동을 하는데 있어 상당한 제약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선이다.

특히 내년 총선이라는 커다란 이벤트를 과연 젊은 당 대표라는 무기만으로 치를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필경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수많은 잡음을 나올 것인데 그 잡음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천 후보에 대한 믿음을 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당대표-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 등이 지난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당대표-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 등이 지난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변신 꾀하는 황교안

황 후보는 당내 강경 보수와 기독교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평소에는 ‘부정선거’를 언급하고 다녔다. 하지만 전당대회에 들어가자마자 부정선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그리고 김 후보 울산 KTX역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점에서 황 후보가 변신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토론 등에서 황 후보가 부정선거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미 강경 보수와 기독교층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외연확장 차원에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황 후보의 최근 지지율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4위를 하고 있지만 지지율 10%를 넘겼다는 것은 그만큼 황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관심도 뜨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 후보로서는 과연 이런 지지율이 투표에서는 어떤 득표율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만약 15%를 넘긴 득표율을 보인다면 황 후보로서는 상당히 선전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황 후보의 정치적 행보에도 훌륭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15%를 넘길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은 이른바 ‘될 사람’을 밀어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투표일이 아니기 때문에 황 후보에 대해 관심도 보일 수 있겠지만 막상 투표장에 가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비록 응원은 하지만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것이 유권자들의 심리이기 때문에 황 후보가 현 지지율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그것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득표 독려 활동을 해야 한다.

이렇듯 네 명의 후보가 뛰고 있지만 지지율 1위인 김 후보는 1차 선거에서 과반 이상 획득해 결선투표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결선투표까지 가게 된다면 상황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윤 정서가 강한 정당이라고 해도 비윤 당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 2021년 전당대회 이후 가입한 당원들은 친윤 당원이라고 할 수 없는 점에서 1차 선거 때 어떤 득표율을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3위나 4위 후보가 2위 후보를 제치고 1차 선거에서 승리를 하는 파란을 일으킨다면 결선투표는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예단을 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국민적 관심은 국민의힘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이런 모습이 결코 나쁘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을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의 최근 지지율을 보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도 오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 후보들이 선거가 끝난 후에는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 간에 감정 싸움까지 했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갈등이 봉합될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갈등 상태가 이어지면 국민들에게 피로감과 실망을 안겨주고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선거 이후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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