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마케팅에 양지로 나온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지난 1월 ‘위조품 유통처’로 지목
전문가 “연예인 마케팅 현혹 안 돼…피해 가능성 인지해야”

알리익스프레스 모델 배우 마동석 [사진출처=알리익스프레스 사이트 캡처]
알리익스프레스 모델 배우 마동석 [사진출처=알리익스프레스 사이트 캡처]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알리에서 산 메종키츠네 티셔츠의 여우 로고가 하루 만에 뚝 떨어졌어요” 
“알리에서 갤럭시 버즈를 구매했는데 AS센터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어요”
“정품 파격 세일인 줄 알았는데 조악한 짝퉁 제품이 왔어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쓰고 본격적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도 가품이나 지적 재산권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우려를 사고 있다.

마동석 업고 정식 상륙한 알리, ‘가성비’ 플랫폼으로 인기지만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한국 시장에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극강의 ‘가성비’와 빠른 배송 서비스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 1억개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해외 직구의 단점으로 꼽혔던 소통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내 고객센터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달부터는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선정하고 “직구, 형이 싹 바꿔줄게”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공격적 마케팅에 돌입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본격적인 국내 공략 배경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꼽힌다. 실제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38조원에서 지난해 약 20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게다가 한국이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국민들의 인터넷 이용율도 97.6%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플랫폼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돼 왔던 가품 유통 및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대책 마련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알리익스프레스가 사업을 확장하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인기 배우 마동석의 긍정적 이미지에 힘입어 지난달 국내 쇼핑 앱 부문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4일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에서 총 68만2332건 설치돼 쇼핑 부문 신규 앱 설치 1위에 올랐으며, 이는 전월(30만4687건) 대비 2배로 급증한 수치다. 

당초 알리익스프레스는 방대한 상품군과 함께 1000원짜리 상품까지 공짜 배송해주는 전략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많은 호응을 샀다. 실제 해당 플랫폼에서는 국내 소매가의 20분의 1 가격에 팔리는 잡화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국내에 고객센터를 개설하고 무료 반품 서비스를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배송 기간도 대폭 줄였다. 

지난달 월간 이용자 수는 296만1665명으로, 쿠팡의 2736만3840명에 비하면 국내 플랫폼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모양새다.

특히 이번 마동석 모델 선정에 대해 알리익스프레스 레이 장(Ray Zhang) 한국 사업 총괄은 “글로벌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마동석을 한국 내 첫 전속모델로 선정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그가 가진 믿음직스럽고 친근한 이미지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와도 부합하며, 보다 쉽게 다가가고 신뢰할 수 있는 해외 직구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업체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가 신뢰도라는 지점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월 ‘악명 높은 시장’ 보고서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타오바오, 위챗, 바이두 왕판, DH게이트, 핀둬둬 등 중국에 본사를 둔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위조품 유통처로 지목했다.

공구로 오해하고 구매했지만 사진이 온 사례 [사진출처=익명앱 블라인드 캡처]
공구로 오해하고 구매했지만 사진이 온 사례 [사진출처=익명앱 블라인드 캡처]

저렴한 가격 승부수…‘가품 문제’ 떠안은 사업 확장에 우려도

알리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특징은 놀랄 정도로 저렴한 ‘가성비’에 방점이 찍힌다. 실제 국내 오픈마켓 판매자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물건을 다량 구매해 판매하는 사례가 많다. 국내용 마진을 붙여도 남을 만큼 저렴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진과는 전혀 다른 제품이나 불량품, 가품을 받아보는 사례로도 유명하다. 너무 저렴해 이런 것까지 짝퉁을 만드나 싶은 물건까지 유통되는 등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을 정도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물건의 정품 여부를 묻는 글이나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블로거는 “메종키츠네 티셔츠를 샀는데 가품이라 하루 만에 여우 로고가 뚝 떨어졌다”고 블로그에 게재하는가 하면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알리 사기 근황, 드라이버 세트 샀는데 사진이 옴”이라며 실제 물건 대신 사진을 받은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이모씨는 “호기심에 폴로 셔츠를 사봤는데 조악한 품질에 나염이 돼 있어 사진과 다를 뿐 아니라 입을 수도 없는 제품이 왔다”며 “가품을 인지하는 사람도 있겠지지만 판매자에게 문의하면 모두 진품이라고 하는 등 속기에 너무나 쉬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30대 여성 김모씨 또한 “싼 맛에 저렴한 자동차 실내등 부품을 샀는데 불이 켜지지 않았다”며 “거기까지면 다행인데 다른 정품을 사서 끼워도 불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 수리를 받게 됐다”고 호소했다. 

특히 가품 이슈는 고가품에 집중된다. 정품 30만원대인 베이비뵨 바운서를 1만원대에, 역시 30만원대인 에어팟 프로나 삼성 갤럭시 버즈도 2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식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메종키츠네 브랜드 티셔츠 또한 정품은 십수만원을 호가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3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국내 브랜드인 빈폴 또한 정품 10분의 1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 제품을 막상 받아보면 대부분 조악하게 만들어진 가품으로, 기업들 또한 이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싼 것에는 이유가 있으며 전사 프로모션이 아닌 이상 그렇게 높은 할인율은 말이 안 된다”며 “기업 차원에서도 모니터링 중이지만 방대한 거래량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어렵다. 결국 믿을 만한 공식 거래처에서 사는 것이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패션 기업 관계자 또한 “알리익스프레스는 당사 공식 판매 채널이 아니고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로고 적용 방식도 실제와 달라 가품으로 판단된다”며 “해외 사이트는 너무 방대하고 단속 조건이 까다로워 당사 브랜드의 가품을 모니터링하고 단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전문업체를 활용해 국내 사이트 중심으로 가품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품 구매처 가격보다 월등히 저렴한 알리익스프레스 제품의 가격 [사진출처=알리익스프레스 캡처] 
정품 구매처 가격보다 월등히 저렴한 알리익스프레스 제품의 가격 [사진출처=알리익스프레스 캡처] 

대응 현실적으로 어려워…중개 플랫폼 한계, 소비자도 인식해야

알리익스프레스 또한 국내 여타 오픈마켓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셀러로 구성된 마켓을 이루고 있다. 오픈마켓의 경우 중개 플랫폼이기에 가품 등 불법 제품들을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외국에 적을 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해당 기업이 국내 고객센터를 마련했다 할지라도 셀러는 외국인이기에 분쟁이 생겼을 때 소통이 어렵고, 대부분 소액이기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피해 발생 시에 국내 기관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법이 속지주의인 만큼 외국 기업에 강제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청에서도 가품에 대한 모니터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워낙 물건의 양이 많고 모든 법이 속지주의인 만큼 해외, 중국에서 운영하는 것을 단호하게 대처하기 불가능한 점에서다. 해당 국가와 협업해 짝퉁이나 불법 게시물 삭제에 나서고는 있지만 워낙 시장 자체가 암암리에 커서 소비자 또한 구매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또한 “지적재산권이나 가품 관련해서는 법적인 부분이라 다른 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구매한 물건이 가품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판매자 측의 답변이 없는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국제거래소비자포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직접 해외 컨택이 어려울 때 영문 이메일 작성 지원 등 업체와의 중재 등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업체는 연예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소비자 또한 스스로 중개 플랫폼에 대한 한계를 인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셀러가 존재하는 중개몰의 경우 국내에서도 제대로 된 피해 구제가 어려울 때가 있는데, 피해의 책임 여부와 거래 상에서의 손실 부분에 대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며 “더욱이 해외 직구의 경우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할권의 문제도 있어 피해가 발생해도 약관을 제대로 들어놓지 않으면 대부분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 마케팅의 경우 익숙한 이미지의 효과로 인해 막연한 신뢰감을 갖게 되는데 이는 일종의 현혹일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비자 또한 피해 유발 위험성에 대한 부분을 사전에 찾아보고 거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본보는 알리익스프레스에 가품 방지 대책에 대해 질의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의 운영사인 알리바바는 지난 1월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위조품 유통처’로 지목받을 당시 “정부 기관과 협력해 플랫폼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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