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필자는 본 칼럼의 지난 회차 마지막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향한 테러를 언급하면서 검찰과 경찰의 공정한 수사, 언론의 공정한 보도를 요청했었다. 2023년 12월 27일, 배우 이선균의 극단적 선택으로 슬픈 연말을 보낸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테러는 시민들을 다시 한번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아울러 경찰의 수사행태와 언론 보도를 향한 시민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10시 29분경 이재명 대표가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 시찰 후 이동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도중 한 남성이 칼에 목을 찔렸다. 범인은 현장에서 잡혔고, 이재명 대표는 부산대학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대표는 응급처치 후 다시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약 보름의 입원 후인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사건의 개요만 보면 별일이 아닌 것 같지만 국회의원, 그것도 야당의 당대표를 칼로 습격한 심각한 사안이다. 또한 한 인간이 칼에 찔려 경정맥에 손상을 입고, 목숨의 위협을 받은 사건이다. 목은 인간의 여러 급소 가운데 뼈의 보호가 없고, 피부도 매우 얇아 위험에 노출된 부위다.

한국현대사에서 집권 세력의 경쟁자나 야당, 재야 정치인이 테러당한 사례는 매우 많다. 해방 직후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초대 회장이자 독립운동가인 여운형은 1947년 7월 19일, 한지근이 쏜 총에 피습당했다. 여운형은 해방 직후 대중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유력한 국가수반 후보였으나, 백의사 염동진을 비롯한 극우 테러 세력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이 극우 테러 세력이 지지했던 정치인이 누구인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됐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범 김구의 피습은 우리 민족의 비극이었다. 김구 선생은 1949년 6월 26일 본인이 기거하던 서울 경교장의 서재에서 당시 포병 장교였던 안두희에 의해 암살당했다. 현역 군인이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적 영웅을 살해한 충격적 사건이었다. 정확한 범행 동기와 배후 세력의 존재 여부 등이 밝혀지지 않은 채 범인을 포함한 관련 인물들이 모두 사망해 영구 미제사건이 됐다. 그러나 안두희가 현역 군인이었다는 점, 체포와 처벌의 강도, 석방 후 안두희의 행적을 생각한다면, 그 배후에 김구의 정적인 이승만 대통령이 있다는 주장이 지지받고 있다. 그 외에도 장덕수, 송진우(송진우 테러의 경우 김구가 그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등이 해방 직후 정치적 반대파에 의한 테러로 사망한 정치인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테러에 의해 생사의 기로를 오갔던 인물이다. 1971년 제8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도로에서 트럭이 덮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관절에 부상을 입고 장애를 얻었고, 그의 보좌관이 사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를 덮친 트럭은 당시 민주공화당 전국구 국회의원의 아들 회사 소유였음에도 당시 경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는 너무나 미흡했다.

또한 1973년에는 일본으로 망명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앙정보부가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앙정보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낮에 납치해서 바다에 수장시키려고 했으나, 미국 중앙정보부에 의해 배의 위치가 발각되는 바람에 그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고,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납치 5일 만에 풀려났다. 대통령의 명령을 받았던 국가 정보기관인 중앙정보부가 직접 야권의 유력 지도자를 납치하고 살해하려는 시도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테러당한 적이 있었다. 1969년 6월 20일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승용차에 괴한들이 질산병을 투척했다. 이때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정희 군부독재정권의 3선 개헌에 맞서던 상황이었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형욱이 나중에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미안하게 됐다’며 사과했다는 보도를 감안하면 이 사건 역시 당시 박정희 군부독재정권이 개입됐던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들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당시 집권하고 있던 세력이 자신의 정적을 제거했거나, 제거를 시도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여운형과 김구 암살의 경우 정치 세력 사이에서 테러가 난무하는 혼란스러웠던 해방 직후에 발생한 사건이고, 유력한 배후가 있지만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김대중, 김영삼 두 전 대통령을 향한 테러는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절에 일어났고, 여운형, 김구 암살에 비하면 그 배후가 군부독재 세력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지목되는 사건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을 향한 테러의 경우 언론 보도가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매우 미흡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교통사고의 경우 당시 언론 보도가 경향신문 1단 기사가 전부였을 정도로 언론이 철저하게 외면했던 사건이다.

2024년이 밝았는데, 새해 벽두부터 야권 정치인을 향한 테러 소식을 접했다. 경찰의 사건 수사와 언론의 보도 행태는 여전히 비판 받고 있다. 혼란스러운 해방 직후, 엄혹했던 군부독재시절 야권 정치인을 향한 테러, 이것을 감추고 축소하려는 공권력과 정권에 유착한 언론의 행태가 2024년에 재현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인간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양심도 사라진 것 같아서 씁쓸하다.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필자는 인간 이재명이 당시에 느꼈을, 그리고 지금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공포를 생각하면 마음의 연민이 생기고 공감에서 오는 공포가 느껴진다. 반면 한 인간이 칼에 찔려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는데, 어떤 자들은 어느 병원에 갔는지 따지고, 정치적인 쇼라는 음모설을 제기하고, ‘칼침’ 운운하면서 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비아냥대고, 피습 당시 ‘이재명 테마주’의 주가 변동을 따지는 자들도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앞에서 그들을 조롱하는 자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2024년은 갑진년이다. 명리학에서 갑진(甲辰)은 백호살이라고 부른다. 호환(虎患)을 일으키는 호랑이처럼 그 기운이 드세다는 뜻이다. 2024년 벽두부터 인간은 없고 호랑이 같은 짐승들만 판치고 있다. 그나마 호랑이에 빗대기는 영험한 호랑이에게 미안하고, 하이에나 같은 무리들이 피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것을 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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