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이 더 안전하다”던 세월호 승무원, 조기탈출 ‘비난 봇물’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대형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의 결정적 원인으로 "잘못된 선내 방송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객실에서 대피해 빠져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선내 방송은 “객실이 더 안전하니 안에서 대기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지켜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심지어 ‘객실 대기’를 지시한 선장과 승무원 일부가 정작 탑승객을 남겨둔 채 자신들만 빠져나와 실종자 가족들 뿐만아니라 전 국민을 분노케 했다.

16일 오전 9시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 선내방송은 "대피하지 말라"라는 멘트가 반복됐다.

생존자가 사고 당시 배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에는 60도가량 기운 선체의 모습과 갑판 난간에 불안에 떨며 위태롭게 매달린 승객들의 모습과 함께 “객실이 더 안전하니 안으로 들어가서 대기하라”는 말만 반복되는 음성이 담겨 있다.

생존자 정모(42)씨는 "많은 사람이 복도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객실로 돌아가라는 방송이 나왔다. 만약 좀 더 빨리 객실에서 나오라는 방송이 있었으면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승객들 상당수는 선내방송만 믿고 선실 안에서 대기하다 갑자기 밀려든 바닷물에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실종자 학부모는 "탑승객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손쉽게 대피하기 위해서는 선상에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객실이 더 안전하다고 유도하는 선내방송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승객들의 혼란으로 선체가 균형을 잃을 경우를 우려한 방송이라지만 미숙한 대처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유명 케이블뉴스 채널인 CNN은 17일(한국시간) “이번 참사의 결정적인 원인은 배(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데도 승객들에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하는 잘못된 초기대응에 있었던 듯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 역시 선박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선박 맨 위 갑판 즉 유보 갑판에 승객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것은 사고대응 매뉴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삼열 전 해양심판원장은 "선박을 오랫동안 승선한 선장이라면 비상훈련 시 매번 유보갑판으로 대피시켜야 구조가 원활하다는 것은 알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승객을 객실에서 나오게 해 유보갑판에서 구조를 기다리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선내 방송만 믿고 선실에 남아있던 탑승객들과는 달리 세월호 선장 이모 씨와 기관사가 조기 탈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승객들을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선두지휘하며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켜야 할 선장이 일찌감치 탈출한 것이다.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 16일 기관장 박모 씨 등 세월호 승무원 8명을 목포해경으로 불러 이번 사고의 원인과 초기 대응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또 실종 승객 수색작업 지원을 위해 사고해역에 있던 이 선장도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불러 새벽까지 조사를 벌였다.

해경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 당일인 전날 오전 8시55분 제주해상관제센터에 조난신고를 했다.

당시 세월호는 "해경에 연락해 주세요.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갑니다"라고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1분 후에도 세월호 측은 "지금 배가 많이 넘어졌습니다. 움직일수 없습니다. 빨리 좀 와주십시오"라고 재차 신속한 구조를 요청했다.

다시 4분이 지난 9시 관제센터는 세월호로 연락해 인명피해 등을 물어본 후 "인명들 구명조끼 착용하시고 퇴선할지 모르니 준비해주세요"라며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대로 실행됐다면 승객들은 좀 더 빠르게 탈출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월호는 관제센터의 지시와 달리 "이동하지 말고 안전한 선실에서 기다리라"는 엉뚱한 선내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이런 방송이 1시간 내내 계속됐다는 게 생존자들의 증언이다.

관제센터 지침이 방송에 나온 것은 '탈선지시' 교신 후 1시간 15분이나 지난 10시 15분쯤에서야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이때는 이미 배가 상당히 기울어 승객들이 이동하기 매우 어려운 시기다.

게다가 선장 이모씨는 1등 기관사 손모 씨, 조기수 박모 씨 등 선원 6명은 세월호 좌초 직후인 오전 9시 50분쯤 이미 구조된 상태여서 선내를 지휘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더 비극적 참사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10시 현재 구조자 179명, 사망자 9명, 실종자 287명으로 집계됐다. 침몰 당시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 325명과 교사 14명을 포함해 승무원 24명 등 47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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