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019년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온 이후 낙태 시술을 해준 의사에 대한 대법원의 첫 무죄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12일 업무상촉탁낙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하지 않고 스스로 판결하는 ‘파기자판’을 통해 무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지난 2013년 임산부의 의뢰로 낙태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헌재는 지난 2019년 4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으로 낙태시술을 실시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가 범죄행위로 규정됨에 따라 헤어진 남성의 복수 수단으로 악용될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위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으나, 국회가 시한 내에 법을 개정하지 않으며 해당 법 조항의 효력이 사라졌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유죄를 판단한 원심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선고된 경우 해당 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잃는다”며 “법원은 해당 조항이 적용돼 공소가 제기된 사건은 무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사건 법률 조항이 적용돼 공소가 제기된 업무상촉탁낙태의 사건은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며 파기자판을 통해 무죄를 확정했다.
한편 대법원의 낙태시술 무죄 판결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최초 사례로, 향후 하급심에서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낙태죄 관련 무죄 선고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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