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서 여전히 성착취물 발견
플랫폼 성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고 있어
기업 자율규제 강화·상시 모니터링 필요성 제기돼
이용자 디지털 성범죄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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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박세진 기자】 2020년 발생한 ‘n번방 사건’은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한 사건 중 하나다.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공유 및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 디지털 성범죄로 피해자 대부분이 아동·청소년이었다. 이후 n번방 방지법이 재·개정됐지만 여전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폭력은 계속되고 있고, 성착취물은 지속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누구나 이용가능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착취물의 유포와 홍보가 가능한만큼 디지털 사업자의 법적,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된다. 그러나 SNS 플랫폼은 자율규제 시스템을 따르고 있어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에 여성과 아동, 청소년을 위한 사회단체인 사단법인 ‘탁틴내일’은 n번방 사건 이후 현재 SNS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현황을 파악하고자 SNS 플랫폼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해 ‘SNS상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실태 및 현황 리포트’를 지난 7일 발간했다. 

그 결과 SNS 상에서는 여전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발견됐으며 이와 관련, 안전 및 보안 규정상 미흡한 부분이 드러났다.

본보는 해당 리포트의 연구 결과와 탁틴내일 석희진 활동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SNS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와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살펴보았다.  

(자료제공=탁틴내일)

트위터, 성착취 게시물 압도적으로 많아 

탁틴내일은 지난 4월 5일부터 4월 27일까지 약 한달 간 10대가 많이 사용하는 SNS 플랫폼 순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3곳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SNS상에서 성착취물을 게시하는데 쓰이는 총 122개 해시태그를 선정했다. 3명의 담당자가 모니터링을 진행했으며 제시된 해시태그의 검색결과, 게시물 경향성, 신고처리 사항 등을 확인했다.

그 결과 페이스북에서는 122개 해시태그 중 29개 해시태그에서 성착취 관련 게시물이 검색됐다. 청소년 유해 및 불법정보로 분류된 인터넷 성인방송 사이트, 성매매 업소, 조건만남 사이트 등을 홍보하는 해시태그는 총 33개로 집계됐다. 개인 게시글에 대한 자율규제 정책 가이드라인 운영은 원할했으나 그룹에서 이뤄지는 게시글에 대해서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게시된 유해 정보 게시글은 삭제되고 있지만, 과거에 작성된 게시글은 삭제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스타그램에서는 122개 해시태그 중 18개 해시태그에서 성착취 관련 게시물이 검색됐다. 그러나 122개 중 104개 해시태그는 게시물 삭제 및 해시태그 비활성화로 게시물이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었다. 불법정보 홍보 게시물은 2건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인스타그램은 자율규제 정책 가이드라인 운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에서는 122개 해시태그 중 94개 해시태그에서 성착취 관련 게시물이 검색돼 3개 SNS 가운데 가장 많은 성착취물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색결과 상당수가 성착취물 교환 및 판매, 사진합성, 성매매 제안 등 성범죄와 관련한 게시글이었다. 불법정보 홍보 게시물도 37건으로 집계됐다. 실제 트위터는 미국의 성착취 대응기관인 NCOSE(National Center on Sexual Exploitation)에서도 성착취를 조장하는 기관 중 하나로 지목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트위터는 성착취에 관한 자율 규제 정책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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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특수기호로 은밀히 노출…미흡한 조치도 문제

SNS 플랫폼에 따라 성착취 게시물 내용도 상이하게 나타났다.

페이스북에서는 소수 그룹을 통해 성착취물 공유 및 판매, 구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청소년도 성인들만 가입할 수 있는 그룹에 쉽게 가입할 수 있었으며 성착취물을 음란물로 소비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른바 일탈하는 계정을 뜻하는 ‘일탈계’를 통해 사진 등이 공유되고 있어 그루밍 방식의 성착취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스타그램 측의 제재로 한국어로 된 해시태그 사용이 불가능하자 특수기호나 이모티콘을 활용하는 수법으로 게시물을 올리고 있었다.

트위터에서는 성착취물 제작, 판매, 유포, 지인능욕 합성, 성매수, 그루밍 등 디지털 성착취가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초딩’, ‘중딩’, ‘고딩’을 검색할 때 일반적인 게시글이 나오는 반면 트위터에서는 모두 아동 성착취와 관련한 게시글이 다수 나타났다. 또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성착취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일반글이 보이거나 게시글이 미표시 되는 반면 트위터에서는 성착취와 관련한 해시태그 제한이 없었다. 

이러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청소년 유해 및 불법정보 게시물을 신고한 결과, 페이스북은 27개 중 8개(29.6%)에 삭제·차단 조치를 내렸다. 인스타그램은 17개 중 9개(52.9%), 트위터는 28개 중 8개(28.5%)에 대해 삭제·차단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트위터의 경우 대부분 계정 일시정지 조치를 취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활동할 수 있게 했고, 게시글은 삭제되지 않는 등 미흡한 조치를 보였다.

(자료제공=탁틴내일)

표현의 자유에 가려진 개인 안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의 각 정책을 비교한 결과 각기 조금씩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핵심가치를 ‘안전하고 자유로운 커뮤니티 제공’으로 삼고 있는 반면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를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아동성착취 관련 안전 및 보안 규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아동성착취 관련 규정을 비교해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경우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 사용자 신고 전 자발적인 콘텐츠 검열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안전 및 보안팀이 24시간 각 서비스 제공국가의 언어로 콘텐츠를 검토하고 있다. 트위터의 경우 콘텐츠 검열과 관련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사용자 신고에 집중하고 있다. 

미성년자 보호규정을 살펴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경우 13세 이상만 계정 생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의 경우 회원가입 시 나이 확인이 불필요해 사실상 미성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트위터의 경우 미성년자 보호 규정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회원 가입 시 나이 확인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성착취 반대 규정은 3곳 모두 ‘무관용 정책’을 내세웠다. 다만 아동성착취 상세분류 및 정의는 트위터가 다른 플랫폼에 비해 미흡했다. 성매매·성매매 알선에 관한 규정은 3곳 모두 규정하고 있으나 트위터의 경우 성인용 콘텐츠는 민감한 미디어로 표시될 경우 허용하고 있으며 사용자 스스로 이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처리 절차의 경우 3곳 모두 아동성착취물과 관련한 신고가 접수되면 서비스 제공자 측에서 검토 후 삭제 및 NCMEC(미국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에 신고하도록 돼 있었다. 다만 트위터는 악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먼저 사용자에게 삭제요청을 하고 있으며, 해당 사용자는 계정 일시 정지 후 다시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신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 지역 사법기구에 신고하시오’라는 조항을 둬 서비스 제공자의 적극적 개입 보다 사용자의 자유와 권리를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트위터의 이러한 규정이 다른 플랫폼과 비교할 때 아동성착취 범죄에의 악용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 아동성착취물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텀블러, 텔레그램과 트위터는 사용자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를 기업의 제재 권한보다 크게 두고 있다. 때문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율적 모니터링과 더불어 엄격한 제재가 요구되고 있다.

ⓒ탁틴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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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시민사회 협력 필요한 때

탁틴내일은 “이번 조사를 통해 안전한 디지털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SNS와 같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은 모니터링 및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디지털 시민성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며 기업의 권한과 사용자 권리의 균형을 주장했다.

특히 “국내 수사기관 가운데 온라인 아동성착취를 수사, 검거할 수 있는 전담기구는 아직까지 없다”며 “정부와 기업의 대응책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려면 특화된 전문역량을 갖춘 전문요원들이 상시적으로 연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사 전담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법으로만 강제할 수 없고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범죄수법 분석 및 가해자 특성, 사회인식 영향, 재범 위험성 분석 등 여러방면에서의 연구 조사 실시 △범죄 수법 동향을 반영한 제도·규제 시행 및 기업의 이행 △시민 및 단체의 모니터링과 시민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캠페인 추진을 제언했다.

탁틴내일은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정부는 법과 제도 개선을, 기업은 플랫폼 정책을 강화하고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신고를 통해 범죄행위를 차단하고 범죄자를 색출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이용자들의 감시와 문제 발견 시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등의 참여를 통해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이용자들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성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에 대항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SNS 문화 만드는 만큼 기업 책임 강화해야”
[인터뷰] 탁틴내일 석희진 활동가

- 이번 조사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기업이 SNS 문화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 책임이 더 부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성착취물 같은 것을 필터링하고 검색하기 어렵게 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전담수사기구 설치를 이야기하고 싶다. 기구를 설치해 전문적으로 수사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트위터와 같이 해외 사업자인 경우에는 신고나 고소·고발을 하더라도 해당 국가에서 공조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해자 특정도 힘들고, 수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서 이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전담수사기구 설치가 필요하다.

-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 개인의 안전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착취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보다 피해자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성착취는 표현이 아니라 범죄다. 이를 명확히 한 다음에 표현의 자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 가해자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법적인 처벌을 한다 치더라도 기업의 경우는 처벌 부분이 모호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사업자들을 제재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더 나아가서는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보니 우선적으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필터링, 신고 등 노력을 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돼야 한다.

- SNS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주요 포털과 유튜브에서도 성착취물이 유통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이어 유튜브와 영상 플랫폼을 조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는 다른 조사를 우선적으로 할지 논의 중이다.

- 디지털 성범죄자의 연령대가 낮은 점도 눈에 띤다. 이 부분은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SNS을 통해 어린 나이부터 성착취물을 접한 것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다시 말해, SNS 부적절한 정보관리와 개인의 범죄성향이 만나면 제2의 n번방도 나올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어린 나이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SNS를 많이 사용하지 않나. 그런데 이제 가해자들이 SNS나 오픈 채팅이나 이런 것들이 편리하다는 걸 알게 됐다. 어린이들도 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피해자가 어리면 어릴수록 착취하기 쉽기 때문에 가해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런 쪽을 더 노리게 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SNS나 스마트폰은 점점 많이 사용하게 될 텐데,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SNS를 사용해서 문제라기보다는, 가해자들이 SNS 등에 성착취 통로를 만들어서 이용하고 있는 게 문제다.

과거에도 PC용 메신저를 통해서도 온라인 성폭력이 이뤄지기는 했다. 다만 지금은 더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지고 있다. 10대 청소년 같은 경우 SNS를 사용하면서 ‘지인 능욕’이나 ‘몸캠 피싱’ 협박을 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런 것들을 보면 가해와 관련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탁틴내일은 가해자 교육도 하고 있는데, 가해자를 상담하다 보면 과거 피해 경험이 있는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남성 청소년이 다른 남성에게 피해를 당한 뒤 자신이 당한 피해를 똑같이 다른 여성에게 가하거나 또는 가해 직전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해와 피해 경험이 같이 있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 기업의 책임 뿐만 아니라 법적, 제도적, 사회적 변화도 필요한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법과 제도개선, 교육, 인식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 성폭력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사실 교육 수요는 굉장히 많다. 청소년들은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 요즘은 성교육에서 디지털 성폭력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더 확대돼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나 인터넷 사용과 관련한 인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SNS 환경에 대해 ‘성착취 범죄가 있었다더라’는 말을 많이 듣긴 하지만, 이 같은 범죄가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는 많이 논의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모두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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