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디지털 성범죄 피해 큰 폭으로 증가세
관련 범죄 피의자 역시 10대 비중 크게 증가
성 착취물 관련 범죄 자유형 처벌 평균 26.0%
양형기준 강제 부분 없어…추후 범죄 판례 중요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10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3년 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범죄 대책 마련과 동시에 강력한 처벌 요구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금희 의원(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2018~2021년 9월 기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월 이후 10대 피해자 수가 111명(8.4%)에서 2020년 1204명(24.2%)로 급증했다. 올해 1~9월 피해자 수는 1268명으로 지난해보다 더 많다.

최근 3년간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10대들이 10배 이상 늘어날 만큼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8년부터 9월 현재까지 유형별 디지털 성범죄 피해 현황은 △불법촬영 5766건(26.2%) △유포 5381건(23.5%) △유포불안 3838건(17.5%) △유포협박 3059건(13.9%) △사이버괴롭힘 1340건(6.1%) △사진합성 779건(3.5%) △기타 1829건(8.3%)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두 가지 사례 이상 중복되는 경우가 있어 유형별 피해의 총합은 피해자 수보다 많다. 

이렇듯 10대들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나날이 증가하고, 범행 유형도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신고로 삭제된 피해 게시물은 5건 중 1건꼴에 불과하다.

실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2018년부터 2021년 9월까지 피해자로부터 신고받아 삭제한 영상·사진 등의 피해 촬영물은 총 40만4건이며, 이 중 10대 피해자의 피해 촬영물은 모두 7만8381건으로 전체의 19.6%에 그쳤다.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와 공조자들을 강력히 처벌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와 공조자들을 강력히 처벌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해 모두 10대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10대뿐만 아니라 성착취 영상을 제작 및 판매하거나 유통해 검거된 피의자들 중 10대 비중 또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구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사이버 성폭력 연령별 피의자 현황(입건 후 검거되지 않은 피의자 포함)’에 따르면 성 영상물·아동 성착취물·불법 촬영물 등을 제작·판매·유포해 경찰에 적발된 피의자는 지난 2019년 3609명에서 지난해 5186명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이 중 10대 피의자는 2019년 176명에서 지난해 1103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무려 6.3배가 증가한 수치로, 10대 사이버범죄 피의자 증가율이 전체 증가 폭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아동을 협박·강요해 불법으로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거나 유포·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된 10대 피의자는 지난 2019년 111명에서 지난해 841명으로 7.6배 증가했다.

아동 성착취물의 경우 제작만 해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10대 피의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10대의 경우 사이버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둔감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10대를 대상으로 사이버범죄의 심각성에 관한 교육과 지도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형석 의원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10대들이 사이버 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범죄에 빠져드는 경향이 존재한다”며 “청소년 대상 지속적인 교육과 지도가 더욱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 성범죄 피해 관련 기관에서는 모니터링을 실시해 10대 대상 피해를 선제적으로 조치하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가해자에 대한 교정 프로그램은 현재로서 진행하고 있지 않다. 다만, 10대 피해자에 대해서 접수된 성착취물의 경우 즉각적인 삭제 조치를 진행하고 있고, 성폭력방지법 개정을 통해 아동 성착취물에 대해서 피해자 접수 없이 모니터링을 통해 선제적으로 삭제하는 절차도 밟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에서는 초·중·고등학생 대상 성교육에 사용되는 교재 및 온라인 콘텐츠 전반에 걸쳐 개편을 추진 중이다.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초·중·고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해서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성교육을 지원하는 서비스 체계도 존재한다“며 “학교를 찾아가서 하는 성교육의 경우 사용되는 교재에 디지털 성범죄 관련 내용을 반영함과 동시에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교재 개편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디지털 성범죄 예방에 특화된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디지털 성범죄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피해자 특성 고려한 양형기준 필요”

일각에서는 아동 성착취·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10대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감소한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선고유예 포함) 받은 가해자는 총 1675명이었다.

연도별로 △2018년 118명 △2019년 182명 △2020년 440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지난 6월까지 기준 720명이 같은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다만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아동 성착취물 관련 범죄를 저지르고도 징역, 금고, 구류 등 자유형을 처벌받는 경우는 평균 26.0%에 그쳤다.

자유형 선고 비율은 2016년 18.0%에서 2017년 27.9%로 늘었다가 2018년 19.5% 다시 감소했다. 2019년과 2020년 39.8%로 뛰었던 수치는 올해 상반기 15.6%로 급락했다.

즉, 다수가 집행유예나 재산형 등 비교적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거나 선고유예 처분된 셈이다.

여성가족부는 판사들 개개인이 내리는 양형기준을 행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아동 성착취·학대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을 위한 기반은 마련됐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법적처벌이 약하다는 의견이 존재하는데 지난 2020년 4월 N번방 사건 이후 불법 촬영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두 가지 법 모두 법적 처벌이 상향됐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판매의 경우 과거에는 벌금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무조건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법안이 매우 강화됐다. N번방 사건 계기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많았고, 모두 반영돼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처벌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판사들이 법에 따라 내리는 양형, 즉 선고형이 높아야 한다. 대법원의 양형위원회에서 주요 범죄 20여개에 대한 양형기준을 설정하는데 양형위원회의 협조 요청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 아동 성착취물 처벌에 대한 양형기준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됐고, 강화된 상황이다. 처벌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 더 무르익어야 가능하다. 아직 처벌 기준을 높이는 의견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관계 기관에서는 현재 양형기준이 잘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하며, 향후 성범죄 관련 판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봤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는 양형 기준이 잘 지켜져야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피해자 특성을 반영한 양형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추후 성범죄 관련 처벌 판례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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