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최근 일본에 관한 이야기가 부쩍 많이 들린다. 황교익 칼럼니스트와 이낙연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 캠프 사이의 친일 논쟁, 봉오동 전투의 주역인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고국에 돌아온 것 등을 계기로 일본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도쿄 올림픽도 큰 계기가 되었다.

도쿄 올림픽은 판데믹 상황으로 인해 1년 연기되었고, 일본에 확진자가 부쩍 늘면서 개최 여부도 불투명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IOC는 줄곧 올림픽 개최 강행을 주장했고, 결국 일본 국민과 전 세계의 우려 속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전 세계 여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이 감소하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창궐하는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것에 대하여 우려하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고, 개회식에 참여하여 다양한 외교 활동을 벌이는 세계 각국 정상들도 개회식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방역에서 허점이 많이 드러나서, 입국한 외국 선수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했고, 선수촌 내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심지어 선수들의 시내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수들, 심지어 IOC 위원장이 일본 시내에 관광을 다니다가 사진을 찍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 외에도 좁고 낮은 선수촌, 골판지로 만든 침대 등 열악한 시설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올림픽 내내 일본 언론은 한국에 대하여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앞에서 언급했던 세계 각국 정상의 개회식 참석에 대하여, 일본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식에 참여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했다. 또한, 이전 올림픽에서도 시행했던 한국 대표팀의 자체 급식에 대해서 일본 언론은 비난을 퍼부었다.

위에서 언급한 올림픽 강행, 한국에 대한 유난스러운 반응에는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있다. 올림픽 강행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극복하고 완전히 안전한 나라로 재탄생 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올림픽은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가 참가하는 대규모의 스포츠 경기 행사다. 이로 인해, 올림픽 개최는 개최국이 어두운 과거를 뒤로 하고 자국의 건재함을 과시하거나, 지구촌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극복했음을 보여주는 행사였고,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이 한국전쟁을 극복하고 중진국 이상의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유치되었다.(아울러, 당시 군사독재 정권은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권력을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일본 유력 인사의 코치를 받아서 올림픽을 유치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이 G2의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일본은 이번까지 올림픽을 2차례 개최했다. 첫 개최인 1964년 도쿄 올림픽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자 원자폭탄을 두 차례 맞은 국가라는 이미지를 씻고, 경제 대국이 되었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 이번 올림픽 역시 21세기 들어서서 계속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 경제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앞에서 언급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극복했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

그렇다면, 일본 언론은 왜 하필 한국 언론에 대하여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까? 판데믹 상황에서 올림픽 강행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반발이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러한 반발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일본 집권층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슈로 부각시키는 것은 한국과 북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회식 참가 가능성을 흘렸던 것, 자체 급식을 비난했던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한국에 대한 강한 콤플렉스도 작용했다. 판데믹 상황에서 한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 가장 심한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감염자나 중증환자, 사망자 수가 낮았고, 그 덕에 한국의 방역 시스템은 “K-방역”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자신 있게 붙일 정도의 칭찬과 관심을 받았다. 반면, 일본은 시대에 뒤처진 추적과 방역 시스템으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또한, 20세기까지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에 비해 30년은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금은 비슷하거나 일부 지표에서는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 경제, 그리고 판데믹 상황에 대한 대응까지 지금까지 자신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한국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자, 일본의 현실 부정이 올림픽에서의 한국에 대한 민감한 반응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개최되었고, 개최 기간 내내 부정적 여론을 돌리려는 의도와 콤플렉스의 표현 차원에서 “한국 때리기”가 있었던 1년 늦은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궁극적으로 도쿄 올림픽이 강행되었던 것은 일본 집권층의 집권 유지 의도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의도는 관철될 수 있을까? 올림픽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무관중 개최, 엄청난 적자를 생각하면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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