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전두환이 지난 23일 사망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속보로 전해진 당일, 온라인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에서는 그의 별명인 “문어”로 만든 요리가 갑자기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SNS에는 오늘 문어숙회에 축하주라도 먹어야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전두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내가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그가 헬리콥터 기관총 사격 명령을 했는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고,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소송도 끝나지 않았으며, 아직도 내야 할 추징금이 수백억이 남아있는 상황인데, 그가 죽다니······. 그렇다면 그가 져야 할 법적, 역사적 책임은 어떻게 물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책임을 지는 것으로도 다 치유 받을 수 없는 광주 시민, 쿠데타 때 희생당한 사람들,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숨져간 많은 시민들을 어떻게 위로한다는 말인가?

전두환의 역사적 행적은 많은 언론과 학자들이 많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새삼 다시 얘기할 것이 없다. 합천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서 박정희가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지지행진을 주도하면서 박정희의 눈에 들어왔다. 이후 월남전에서 전과를 부풀리기 위해 베트콩의 무기를 암거래 시장에서 사들인 후 노획했다고 거짓 보고했고, 병사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전투를 벌일 때 혼자서 더운 물로 샤워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후 보안사령관이 된 후 군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정보를 획득해 결국 12.12 군사쿠데타를 일으켰고, 여기에 저항한 광주 시민들을 학살했다. 그 사건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 이후 헌법을 바꿔 간접선거로 대통령에 취임했고, 대통령 재직 동안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을 가두고 고문해서 죽음으로 몰고 갔다. 언론 통폐합과 탄압, 재벌과의 정경 유착을 통한 부정한 재산 축적, 연예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에 대한 테러와 탄압 등 전두환은 한국의 80년대를 피와 눈물로 물들였다.

전두환의 사망에 즈음하여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몇 가지 사실을 상기해보자. 첫째, 언론답지 못했던 언론의 행동이다. 12.12 군사쿠데타 이후 상당수의 언론은 본래의 역할 중 하나인 정권에 대한 비판 없이 정권에 아부하기 급급했다. 수많은 신문에서 실었던 “인간(人間) 전두환”이라는 제목의 낯뜨거운 기사, 시보가 울리면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오늘”과 “한편 영부인 이순자 여사는”으로 시작했던 “땡전뉴스”로 대표되는 방송의 독재 부역 등에 대해 상당수의 언론은 개선은커녕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둘째, “지식인”을 가장한 선동가들이다. 자신의 높은 학력으로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광주에 침투한 간첩이 선동해서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모욕한 사람들이 있다. 또한, 이들은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다. 이들이 생산한 이러한 거짓 정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타고 곳곳에 확산됐고, 대중들에 의해 재생산됐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 자체는 광주 시민들과 희생자, 전두환 정권 당시 모진 탄압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당했던 사람들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왜곡된 정보들은 한국 사회가 정상적인 길로 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놀이”라는 이름으로 “익명”이라는 보호막 아래에서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80년대의 민주주의를 비아냥거리고, 심지어 그것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누리꾼들이다. 한 때 “민주화”는 한 모임 속의 특정한 인물을 따돌리는 행위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전두환은 독재자에서 “전땅크”라는 이름으로 카리스마를 갖춘 구국의 영웅으로 미화됐다. 이들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유튜브(Youtube)에 사실을 왜곡하는 동영상을 올려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들을 처벌하려고 하면 그들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라는 명분을 들이대며 저항했다. 그들이 누리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는 전두환의 독재 아래에서 저항했던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의 대가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정치의 유·불리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는 정치인들이다. 전두환 사망 이후 조문 여부에 대해 정당마다 입장이 조금씩 달랐다. 또한,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가 조문 여부를 놓고 말을 바꾸는 모습도 확인됐다. 쿠데타를 일으켜서 정권을 찬탈하고 학살을 자행했던 전두환에 대해 두드러지게 비판하지 않는 정당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역사와 정의를 왜곡하는 정치인을 심판하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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