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2년은 정치의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시작된 정치의 계절은 거대 양당 후보 지지율의 등락에 따라 많은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정치의 시간”은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의 여파가 이어지고, 바로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다시 이번 대통령선거로 돌아가면, 이번 대통령선거의 거대 양당 후보는 비호감과 싸우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통령선거만큼 차선(次善)을 선택하는 선거는 없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유권자들도 많다. 그리고, 정치 고관여층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여론조사의 “지지하는 후보 없음”이라는 항목이 얼마나 되는지로 향하고 있다.

그래도 대통령 선거는 시행돼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적 위기가 닥쳤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자신을 대신해서 국가 정무를 수행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포기하는 것은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호감도가 높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후보들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비호감도를 낮춰야 한다. 특히, 이번 대선 후보들이 대부분 도덕성과 인성에 대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후보들에게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584)가 제안한 리더십은 좋은 전범(典範)이 될 것이다.

일단, 이이가 조정에 출사(出仕)했던 시대의 배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이는 명종 19년(1564), 정6품 호조(戶曹) 좌랑(佐郞)으로 관직을 시작해서 약 20여년 동안 관직에 드나들었다. 이 시기는 조선이 개국된 지 200여년이 되었던 때로, 사림이 오랜 은거와 세 차례의 사화로 죽임을 당한 것을 극복하고 조정의 주도권을 잡았던 시기였다. 사림이 조정의 주도권을 잡은 후 사림 역시 성리학에 경도되면서 자신의 스승이 누구냐에 따라 붕당을 만들어서 당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사적으로는 시와 문장을 주고받으며 여흥을 즐겼다. 형이상학적인 성리학에 경도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이는 성리학과 현실이 조화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리고 김문준 교수는 이것을 “진유(眞儒)의 리더십”이라고 명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이가 추구한 리더십의 근간은 학문과 경세의 합일[學政一致], 실리의 획득에서도 마땅함에 부합함[得中合宜] 등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즉, 덕성(德性)과 경세(經世) 역량을 동시에 갖추고, 현세를 위해 도(道)를 행하고, 후세를 위해 성리학의 교리를 퍼뜨림[垂敎]을 의미한다.

또한, 이이는 조정에 진출한 사림들이 당대 성리학자들이 성리학의 근본인 경학(經學)과 이학(理學)을 소홀히 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와 동시에 조정에 진출한 사림들은 치열한 수기(修己,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음)와 조정에 출사한 사람으로서 책임 있는 경세의 역량과 실질적 효과를 갖출 것을 강조했다.

성리학에서는 수기(修己)를 본(本)으로, 치인(治人)을 그 결과인 말(末)로 하는 본말 구조로 보고 있다. 이이 역시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수기(修己)-정가(正家)-위정(爲政), 그리고 말미에 성현도통(聖賢道統)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이이는 군자들이 모여서 공론(公論)을 조성할 것을 강조했고, 김문준은 이것을 이이가 통합의 리더십을 이상적인 정치 리더십으로 판단한 것으로 평가했다.

결국, 이이는 진유의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실천했다. 첫째, 조정에 입조한 관리로서 수기안민의 학문을 바탕으로 덕성과 경세의 역량을 갖추고자 노력했다. 둘째, 국사를 담당할 때 기득권에게 손해를 가하여 민초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입장, 즉 손상익하(損上益下)의 입장에서 변통폐법(變通弊法)에 힘썼다. 셋째, 이러한 과정에서 기득권의 저항 속에서도 이국활민의 실효를 관철하고자 노력했다. 넷째, 당대의 도를 자임하는 것을 넘어서 만세의 도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이가 제안한 리더십을 보면 현 시국에서 등장하는 언어들이 많이 보인다. 억강부약(抑强扶弱), 공정 등의 담론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이러한 담론을 실천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대선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도덕성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이이가 강조했던 “수기”라는 담론과 일맥상통한다.

대선 후보들은 증거를 제시하고 겸손한 자세를 보여서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수기”된 사람임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공약으로 대안을 제시해서 자신이 경세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기본은 손상익하(損上益下)일 것이다. 유권자의 상당수는 민초들이기 때문이다.


1)김문준, 「율곡 이이의 진유 리더십-<동호문답>·<만언봉사>·『성학집요』, 그리고 <경연일기」, 『율곡학연구』, 제40집, 율곡학회, 2019, 3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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