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박근혜씨를 대통령직에서 탄핵하는 과정에서 “‘적폐 청산’이라는 시민의 염원”을 받아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집권 초반 적폐 세력의 수사와 사법처리를 비롯한 적폐 청산에 집중했다. 특히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빠르게 개최해 묵은 적폐인 남북 대립의 개선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수차례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정상이 당면 현안의 논의를 위해 “언제든” 만날 수 있고, 휴전선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경계선인지 보여줬다. 그 외에도 문재인 정권은 경제, 외교, 사회문화 부분에서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문재인 정권의 의욕적인 정책 수행 전반을 가로막은 사건이 발생했으니, 그것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이 처음 보고된 것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武汉)이었다. 이후 전 세계는 팬데믹 상황에 빠져들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 역시 2020년 1월 20일에 첫 번째 확진자가 보고됐고, 2월 16일까지 30여명의 확진자가 나타났다. 2월 18일 31번째 확진자 발생이 보고될 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루에 1-2명 정도 확진자 수가 보고됐고, 심지어 확진자가 단 1명밖에 남지 않은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31번째 확진자인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신자로 인해 급속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4월 30일~5월 5일 이태원 클럽발 대규모 확진, 2020년 8월 15일 사랑제일교회와 수구단체 집회로 인한 대규모 확진 등이 있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말까지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정권 말에는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문재인 정권 말 일상으로의 복귀가 일부 이뤄졌다.

수차례의 대규모 확진자 발생으로 중노동에 시달렸던 의료인들,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은 직장인, 교수자, 학습자, 그리고 워킹맘들, 방역수칙 강화로 영업시간 제한을 받아서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소상공인들, 방역수칙으로 노인요양시설에 부모를 두고 발을 동동 구르던 가족들·······.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고통 받았던 사람들일 것이다. 이렇게 고통 받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문재인 정권은 국가 전반을 팬데믹 상황에서 일상으로의 회복으로 비교적 잘 이동시켰다. 특히 박근혜씨가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메르스 확산에 박근혜 정부가 대처했을 때보다는 훨씬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었으며 피해도 적었다.

문재인 정권은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팬데믹 상황에 대처했다. 질병관리청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청” 수준으로 승급된 기관으로 문재인 정권의 팬데믹 상황 대처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스웨덴, 영국 등에서 확진자 방치를 통한 소위 “집단 면역”을 실험하다가 많은 사망자를 낸 반면, 한국은 빠른 백신 접종을 병행하며 어느 정도 안정적인 면역자수를 확보했다. 또한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강력한 통제를 시행한 반면, 한국은 확진자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어느 정도 일상을 유지하는 정책을 펼쳐서 국가 자체가 중단되는 일이 없었다. 일본에서 뒤떨어지다 못해 원시적인 확진자 관리와 방역을 보여준 것에 비해 한국은 민주국가에 맞지 않는 국가 통제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확진자 추적과 관리, 사후 처리에서 앞선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휘청거렸던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경제 상황은 부동산 급등을 제외하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소위 “경제는 선진국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이러한 문재인 정권의 코로나 방역은 여러 가지로 문재인 정권에 악영향을 끼쳤다. 문재인 정권은 정권 초기 의욕적으로 수행했던 적폐청산,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 소득 주도 성장 등이 코로나 방역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거기에 그렇지 않아도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은 문재인 정권의 방역과 여러 정책을 부정적으로 소개하기 급급했다.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지만, 문재인 정권의 여러 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도 없지만, 모두 잘못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물론 실패했다고 볼 수도 없다. 이것은 퇴임 직전까지 문재인 정권이 유지하던 “50%에 가까운 지지율”이 방증한다.

팬데믹 상황은 문재인 정권의 성과이자 걸림돌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정권의 모든 성공과 실패를 팬데믹 상황에 귀결시킬 순 없다. 얼마 전까지 입법, 행정, 지역 권력을 모두 잡고 있었고, 이것은 적폐청산, 남북 관계 개선, 팬데믹 극복을 모두 수행하라는 국민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정권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고, 지자체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팬데믹 탓으로 돌릴 수 없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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