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회차 칼럼에서 필자는 문재인정권 기간 동안 한국 사회의 적폐가 청산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는 적폐는 시민들이 박근혜씨를 대통령직에서 탄핵함으로써 청산의 필요성이 전면에 드러났다. 그러나 이 모든 적폐는 “사람”이 문제였고, 사람의 인식과 사고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 동안 제도의 개혁을 시도했으나, 사람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의 개혁은 번번이 가로막히고, 그 결과는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사에서 사람의 인식과 사고와 함께 주요 적폐 중 하나고, 사람의 인식과 사고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북분단상황이다.

남북분단의 시작과 그 과정을 이 지면에서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분단의 시작과 지속의 근본적 원인은 북한이라는 것도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한국의 기득권이 분단의 주요 원인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북한의 소멸만을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 이익도 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을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는 악수(惡手) 중의 최악수다. 적을 이기거나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 전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것도 모자라서 한국의 기득권은 이러한 분단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지켜왔고, 여기에 항의하고 저항하는 시민들을 다시 분단 상황을 이용하여 탄압해 왔다. “멸공”, “반공”, “승공”, “종북” 등의 용어는 모두 이런 맥락에서 생겨났다. 그리고 “교련”, “등화관제” 등의 병영국가화, 그리고 최근에 발생했던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을 비롯한 각종 간첩 조작 사건 등은 그 결과물이다. 특히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에서 잘못된 기소로 징계를 받았던 이시원 전 검사의 공직기강 비서관 임명은 윤석열 정권이 남북분단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인사였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초반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 초반 남북관계는 좋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남북단일팀 결성을 제안했지만, 한국 내에서 선수의 기회 박탈 논란이 발생했고,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인해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 사이에서는 자신의 핵무기 발사 단추가 더 크다는 소위 “말의 전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북한 측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했고, 이때부터 시작된 회담에 관한 협의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의 2018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이 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역사적인 “월경(越境)”이 있었고, 도보다리 산책, 그리고 공동성명 발표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더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의 주선으로 북한과 미국의 정상 간의 세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첫 회담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매우 좋은 분위기로 진행됐으나, 두 번째 회담인 하노이 정상회담은 합의문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그나마 2019년에 있었던 세 번째 회담은 남, 북, 미의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는 의의가 있었으나, 이 역시 북한이 2020년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다시 수구정권이 들어섰다.

문재인 정권 집권기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왔던 장면들은 많은 뜻을 은유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월경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휴전선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또한 회담 논의 후 약 12시간 만에 성사된 2018년의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의 정상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울러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결성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기에서 득점한 단 한 점은 1등과 메달에 매달렸던 한국 사회의 변화된 모습, 남북한이 힘을 합쳐서 이뤄낸 성과에 남북한 시민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긍정적인 장면 외에도 부정적인 모습도 드러났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미국의 존재”가 있었다. 전문가들이 개성공단의 정상화, 금강산 관광의 재개의 필요성을 강변(强辯)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생각 때문이었다. 북한은 분단 이후 한국 정부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타도의 대상으로만 규정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한국 정부를 소위 “괴뢰” 정부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휴전협정의 당사자가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이었고, 한국군은 휴전협상에 반대하면서 휴전협정에 참여하지 않는 바람에 북한은 한국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휴전협상 당사자라는 이유로 미국과의 협상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이 오랫동안 한미연합사령부에 있다가 겨우 평시작전권만을 돌려받은 상황은 북한이 미국만을 상대하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초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한반도 운전자론”이 있었다. 이것은 문재인 정권이 한국 사회의 근본적 적폐에 한반도 문제가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이 주도권을 잡는 것이 분단사와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일본, 중국 등 강대국의 존재로 인해 쉽지 않음만을 보여줬다. 한국전쟁부터 시작된 역사적 한계의 해결을 지속적으로 후세대에게 떠넘기는 상황에서 이전 세대는 책임감도 느끼지 않은 채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고, 후세대는 한반도 문제에 관한 관심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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