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조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의리(義理)”라는 말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의리를 “예의”와 비슷한 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의리라는 말의 유래는 매우 오래됐다. 의리는 공자의 사상을 계승한 맹자의 의(義)와 송대(宋代) 성리학에서 강조한 이(理)가 함께 쓰인 용어다. 그러나 실제로 의리라는 용어 자체는 『예기(禮記)』 예기편(禮器篇)의 “선왕이 예의 제정에서, 근본이 있고 문식(文飾)이 있게 하였으니, 충신(忠信)은 예의 근본이고 의리는 예의 문식이다”라고 쓰여서 송대 이전에도 이미 쓰인 용어다. 또한, 불교의 『사익경(思益經)』 역설품(力說品)에 “그 글의 의리를 따를 것이며 장구(章句)의 언사(言辭)를 따르지 말라”고 하였고, 성실론중법품(成實論衆法品)에 “불법(佛法)은 모두 의리가 있지만, 외도(外道)의 법은 의리가 없다”라고 의리를 불교의 교리로 해석했다. 불교의 교리 이외에는 의리를 가진 도(道)가 없다는 뜻이다.

의리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의(義)”와 “리(理)”를 나누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리”는 다스리다, 기우다, 깨닫다, 매개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글자다. 그런데 “리”라는 글자에는 나뭇결, 거동이라는 뜻이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뜻과 “리”가 가진 다른 뜻인 “도리”, “이치” 등과 연결할 때 “세상의 흐름이나 순리에 맞는 것”이라는 뜻으로 귀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리”는 “‘의’의 흐름과 순리에 맞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결국 “의리”라는 단어에서 지향점은 “의”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의”라는 뜻의 이해가 중요하다.

사전적 의미에서 “의”라는 글자는, ①마땅한 것, ②올바른 것(선-善), ③인간의 행동이나 태도의 구체적 모습, ④남과 육친(肉親)과 같은 관계를 맺음(의형제-義兄弟), ⑤군자의 뜻 등의 의미를 포함한다. 이 가운데 “의리”라는 단어에서 쓰이는 뜻은 “마땅한 것”, “옳은 것”이다. 실제로 『주역(周易)』 곤괘(坤卦)의 문언전(文言傳)에는 “의로써 바깥을 반듯하게 한다(義以方外)”라고, 외형적 의미로서의 “의”의 개념을 밝히고 있다. 또한, 『맹자(孟子)』에서 “인은 사람의 마음이고, 의는 사람의 길이다”[『맹자(孟子)』 고자 상(告子 上)]라거나 “인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고, 의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맹자(孟子)』 이루 상(離婁 上)]라고 “의”의 정의가 등장한다.

결국, “의리”는 인간 본연의 순리를 따라 옳은 것을 추구하는 인간적인 자세고, “의”는 사람으로서 따르고 추구해야 하는 옳은 것이다. 그런데, “의”와 반대가 되는 “리(利)”의 개념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안중근 의사가 쓴 휘호인 “견리사의(見利思義)”이다. 이 말은 이익을 보면 옳음을 생각하라는 뜻인데, 원래는 『논어(論語)』 헌문(憲問)편 13장에 등장하는 말이다. 이 문구에서 “의”는 “성인(成人)”, 즉, 완전한 사람, 혹은 제대로 된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필수적인 것 중 하나다. 또한, “견리사의”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의”와 “리”가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리”는 이익, 유익, 편리 등 좋은 의미도 담겨있지만, “탐하다”라는 뜻도 있다. 그런데 “리”가 “의”와 대비되는 순간, 이익, 유익, 편리 등 좋은 의미마저도 부정적인 뜻을 많이 내포한다. 결국, “견리사의”에서 “리”는 “개인적인 차원의 의롭지 않은 이익”이라는 뜻이고, 이것은 “의”와 반대되는 것이다. 그리고 “리”의 추구는 인간답지 않은 자세라는 의미다.

그런데, 실제 의리라는 뜻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나 “신의를 지켜야 할 교제상의 도리”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우리가 조직폭력배들을 다룬 각종 창작물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의리”다. 또한, 정치판이나 인간관계에서도 의리라는 말은 조직폭력배들 사이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게 작동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리”는 “의”와 반대되는 “리”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옳음을 추구한다기보다는 힘이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 조직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희생시키기도 한다.

결국, 여기에서 “의리”의 용법은 “의리”의 본래 뜻이 아닌 “리”의 추구이며, 이것은 전혀 인간답지 않은 모습이다. “의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나 조직은 매우 비인간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필자 역시 “의리”를 강조하는 조직이나 사람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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